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 원료의약품(DS) 생산 시설을 인수한다. 미국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인수자금을 포함한 초기 투자비용은 약 7000억원으로, 약 1조4000억원을 현지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3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일라이 릴리와 미 공장 본계약을 마쳤다”며 “이로써 셀트리온은 관세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말했다. 인수 주체는 미국 법인 셀트리온USA다. 거래 규모는 약 4600억원(3억3000만달러)이다. 앞서 지난 7월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대금을 포함한 초기 운영비용 등으로 총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어 인수 공장의 유휴 부지에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할 예정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 약 1조4000억원을 현지 공장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번 결정은 현지 업무 효율화와 지리적 요소 등을 고려한 조치다. 해당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c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 생산 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이 갖춰진 대규모 캠퍼스다.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도 있다. 셀트리온은 현지 제품 생산으로 기존 발생했던 미국 향 물류비를 비롯해 외주 위탁생산(CMO) 대비 생산 비용을 상당 수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해당 공장이 이미 가동 중이라 인수 즉시 운영할 수 있다”며 “공장을 새로 짓는 데 약 5년 이상이 걸리고 조 단위 이상의 건설 비용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인수로 자사 제품 생산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고, 공장 건설 비용 대비 투입 비용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 공장 내 유휴 부지에 주요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증설도 빠르게 착수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휴 부지 내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능력(캐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서 회장은 전망했다.
특히 현지 인력 완전 고용 승계까지 이번 계약에 포함됐다. 이는 릴리가 여러 입찰 참여 기업 중 셀트리온을 택한 주요 배경이 됐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은 앞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시설 변경과 증설까지 실현하면 셀트리온이 지금 미국에 공급하는 주력 제품뿐 아니라 이후 출시할 제품도 일찌감치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산능력을 증설할 때도 제약바이오 인재 풀이 넓은 뉴저지주의 인력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 회장은 “현지 인력들의 업력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 국내 직원들보다 길다”며 “공장 운영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력들을 바로 투입할 수 있어 인력 공백 없이 공장을 가동하면서 운영 안정성과 생산성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파견 인력 비자 문제도 셀트리온은 큰 영향이 없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숙련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인상했다. 서 회장은 “미국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형태인 데다 추후 파견될 생산 분야 주재원은 현재 문제가 된 H1 비자와는 다른 E2 비자를 발급 받는다”고 답했다.
인건비 부담은 관건이다. 서 회장은 “미국은 워낙 물가가 비싸서 한국 직원들 급여의 2배 정도”라면서 “미국 내 제조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지 않은 데다 미국 안에서 가격 인상 요인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릴리와 원료의약품 CMO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을 릴리에 꾸준히 공급할 예정으로, 매출 확대와 투자금 조기 회수도 기대하고 있다. 양사는 원활한 업무 이관을 위해 인수 공장이 신규 운영체계를 갖출 때까지 협력 체계를 이어 가기로 했다. 서 회장은 “인수 후에도 인공지능(AI) 기술 연구개발(R&D) 등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 우위를 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에드가르도 에르난데스(Edgardo Hernandez) 일라이 릴리 총괄 부사장 겸 제조 부문 사장은 “지난 17년 동안 릴리의 생산 거점 중 하나였던 브랜치버그 공장은 고품질 의약품을 안전하게 생산하며 현지 팀의 전문성, 책임감, 헌신을 입증해 왔다”며 “릴리의 브랜치버그 소속 임직원들이 수년간 보여준 헌신, 그리고 릴리의 사명에 대한 기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