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와 4.5일제 도입 논의 등 노동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로봇주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로보티즈’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 주가도 이에 화답하며 급등세다.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의 성장성 속에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적을 고려할 때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데 따른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로보티스는 이달 들어 69.5% 상승률을 기록했다. 8만원 후반대였던 주가가 한달 만에 15만원 선까지 뛰어 올랐다. 지난 24일엔 장중 17만1500원을 터치,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개인이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주 들어 개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지난 22~26일 동안 개인은 로보티즈를 979억원 순매수하며 코스닥 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이 샀다. 같은기간 기관은 레인보우로보틱스(110억원), 외국인은 현대무벡스(20억원)를 순매수하며 각 투자자 별로 로봇주 내에서 관심을 가진 종목은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피지컬AI 전문 업체…LG전자, 2대 주주
로보티즈는 1999년 설립한 로봇전문 기업이다. 로봇 전용 부품과 완제품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다. 로봇 전용 부품 사업부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구동 부품인 액츄에이터(관절 구동장치)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로봇 완제품 사업부에서는 원천 부품 기술력을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과 양팔로봇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실내·외 배송 등에 활용 가능한 ‘개미(GAEMI)’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AI 워커(AI Worker)’는 양팔 로봇으로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고 강화 학습을 통해 작업을 최적화한다. 최근엔 오픈AI 등 일부 고객사에 신제품 ‘로봇 손’을 공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LG전자의 로보티즈 지분은 96만1550주로 7.3% 수준이다. 김병수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인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로보티즈 유상증자에 참여해 90억원(당시 지분율 10.12%)을 투자했다.
로보티즈는 LG전자와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개미’를 LG전자에 납품하고 세미 휴머노이드인 ‘AI워커’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엔 두 회사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 수혜 기대감+정책 모멘텀
최근의 주가 상승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와 4.5일제 도입 논의, 정책 모멘텀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도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노동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의 산업용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 도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실제로 고위험 작업장에 4족 보행 로봇을 도입했고, HD현대삼호는 로봇이 용접공정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역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정보검색과 전문 업무에 투입 중이다.
인도 소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25년 736억 달러(약 104조원)에서 연평균 약 20.3% 성장해 2030년 1853억달러 (262조원)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 모멘텀도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고 로봇 업체들을 연합체에 포함시키고 있다. 투자 규모는 앞으로 5년간 1조원 수준이다. 지난달 나온 경제 성장 전략에 ‘인공지능(AI) 로봇’이 포함된 데다 로봇 관련 규제 완화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따른 변동성+유증 ‘리스크’
리스크 요인도 있다. 고금리·고환율·저성장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내외 제도 및 규제로 인해 시장 성장이 둔화될 여지 또한 상존한다.
아울러 로보티즈는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 자금은 △로봇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확장 △AI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필요수적인 데이터 팩토리 구축 △고성능 부품 내재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주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최승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증자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면서 “휴머노이드 부품 공급망 핵심 기업을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액추에이터 생산능력(30만대)는 향후 휴머노이드 초도 양산시장 대비 턱없이 부족했기에 투자가 불가피했다”며 “대규모 증자는 강한 전방 수요의 반증이라는 판단이며 경쟁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실적 대비 급등 부담”
증시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함에 따라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펀더멘털이 아닌 기대감에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점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고 보완 입법의 가능성도 있다”며 “무엇보다 실제 주요 업체 단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로봇 구매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보다는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성장주”이라면서 “주식시장에서 성장주 주가는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급등락 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적이 뒷받침된 주가 상승이 아닌데다 단기간 급등한 탓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비중이 높은 종목은 연말 양도세 회피성 매물 출회에 따른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로보티즈의 연결기준 올 2분기 매출액은 78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억4000만원으로 177.8% 증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