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7위 이수페타시스, 외국인은 왜 쓸어 담았나

시총 87위 이수페타시스, 외국인은 왜 쓸어 담았나

전자제품 핵심 부품 PCB 생산…고사양 MLB 기술 선도
AI인프라 투자 확대로 MLB 공급 부족 지속 전망
실적 개선 기대…공급단가 상승세 

기사승인 2025-09-13 06:17:03
그래픽=임성영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에 나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사흘 연속 갈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 이름을 올린 이수페타시스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방 산업의 호황과 기술 경쟁력, 공장 증설 효과가 맞물리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1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이달 들어 상승률 11.1%를 기록했다. 지난 11일엔 장중·장마감 기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이달 이수페타시스를 약 1237억5000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8위다. 순매수 상위 종목이 △삼성전자(1위) △SK하이닉스(2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5위) △현대로템(24위) △카카오(18위) △HD현대일렉트릭(28위) 등 대체로 시가총액 30위 안에 드는 종목인데 비해 이수페타시스는 시총 87위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다.

전자제품 핵심 부품 PCB 생산…고사양 MLB 기술 선도

이수페타시스는 이수그룹 계열사로 1989년부터 인쇄회로기판(PCB)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93%가 PCB에서 발생한다. PCB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절연판 위에 동박을 입혀 회로를 만들고 그 회로위에 반도체 저항기 콘덴서 등의 초소형 부품을 얹어 각 부품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기판이다. 특히 인쇄회로기판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있는 고다층 PCB인 MLB(Multi Layer Board)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2위 수준의 선도적인 위치다.

국내에 4개 공장과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해외에는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태국에는 판매법인이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주요 주주는 지주회사인 (주)이수(21.47%)와 국민연금(12.87%)이다.

상반기 기준 매출비중이 10%가 넘는 매출처는 한 곳으로 전체 매출의 42.23%를 차지했다. 나머지 매출처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또는 통신장비 제조 기업들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9% 증가한 836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비 63.9% 늘어난 1019억을 기록한 바 있다. 

이수페타시스가 생산하고 있는 PCB 제품들. 이수페타시스 제공

AI인프라 투자 확대로 MLB 공급 부족 지속 전망

주식시장은 MLB 판매 급증에 따른 실적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AI서버 △AI가속기 △네크워크 분야에서 정밀 가공, 다중적층, 미세화 등 복합적 기술력을 요해 MLB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는 총 4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2028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작한 대구 제5공장 증설은 올 연말 30%, 2028년 100% 이상의 작업 진행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설에도 AI 가속기 및 네크워크향 스위치 등 메이저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에 다중적층 공정이 적용돼 글로벌 MLB 공급 부족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한 PCB기판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야 해 공정 난이도가 높아져 그만큼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따라서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도 “AI기술발전과 인프라 투자 가속화로 PCB 제조 역시 복합적 기술력을 요해 점차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고객사의 수요가 공급 가능 물량을 초과하는 업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단계적 증설 투자에 나서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도 증설을 하고 있지만 주로 동남아에 집중돼 하이엔드 MLB 생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수페타시스는 대구 5공장 인근에 6·7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실적 개선 기대…공급단가 상승세 

전문가들은 전방 산업의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장 증설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특히 공급단가 상승에 주목했다.

김민경 연구원은 “견조한 전방수요와 이수페타시스의 생산능력 확대를 고려해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대비 9% 올린다”며 목표주가를 8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 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PCB업체의 통상적인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지만 동사는 평균판매단가(ASP) 부분이 차별화된다”면서 “이미 ASP가 지난 1년 반 동안 제품군 변화로 27% 상승했는데 앞으로 공급부족이 지속되면 같은 기판에서의 단가 인상이 동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격 상승은 수익성을 높이고 밸류에이션 멀티플(PER PBR 등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지표)을 하락 시킨다. 즉, 기업 가치대비 주가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가격 협상력을 고객사가 가지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스페타시스로 이동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업체인 제이오 인수를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와 금융감독원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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