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도 커지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이달 들어서만 3위 자리가 3번이나 바뀌었다. 국내 ETF 비중이 높은 KB운용과 미국 비중이 높은 한투자산운용의 특색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거래소(KRX)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일 기준 KB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8조5056억원,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8조4012억원으로 각각 업계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KB자산운용이 3위를 되찾았지만 전날인 9일 한투운용이 근소한 차이로 3위 자리를 꿰찼다. 9일 기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8조3244억원으로 KB자산운용(18조3188억원)을 밀어내고 3위를 차지했다. 두 운운용사의 순자산총액 차이는 단 56억원에 그쳤다.
앞서 한투운용은 1일에도 순자산총액 17조7402억원으로 KB운용(17조7293억원)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당시 순자산총액 차이도 109억원으로 아주 근소했다. 두 차례 모두 다음날 바로 KB운용이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올해 들어 2월부터 6월 사이에 한투운용은 3위 자리를 굳히는 듯했다. KB자산운용은 주요 ETF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으로 다시 점유율 확대에 나섰고 7월부터 다시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업계에서는 두 운용사의 치열한 접전이 두 회사가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고 ETF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KB운용은 국내 ETF 비중이 높은 반면, 한투운용은 미국 관련 ETF에 강점을 두고 있다. 두 운용사의 ETF 순자산 규모는 각각 국내와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KB운용은 국내, 특히 채권형 상품이 많다. 순자산 상위 상품을 보면 △RISE 머니마켓액티브 △RISE200 △RISE종합채권(A-이상)액티브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RISE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 등이다. RISE머니마켓액티브는 3개월 이내 단기 채권에 투자하며 RISE200은 국내 대형주 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한투운용은 ‘ETF의 아버지’ 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가 미국 기술주 성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상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순자산 규모 상위 상품만 봐도 알 수 있다.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 △ACE미국S&P500 △ACE미국나스닥100 △ACE KRX금현물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등이 포진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투운용이 ETF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랐던 2~6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나 나스닥 지수는 연일 상승세를 탄 반면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면서 “하지만 6월 이후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KB운용이 다시 우세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증시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현재 상황만 두고 보면) KB운용에 더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