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당뇨약이 멍냥이 전용으로”…제약사들, 동물약 개발에 도전장

“내 당뇨약이 멍냥이 전용으로”…제약사들, 동물약 개발에 도전장

HK이노엔, 사람용-동물용 아토피약 동시 개발
대웅제약 당뇨병 신약 ‘엔블로’, 동물 경구 치료제로 
동국제약 반려견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 ‘인사돌’과 동일 성분

기사승인 2025-09-27 06:00:12
지난 2019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펫서울 & 카하엑스포 2019'에서 관람객들이 반려견과 함께 전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반려동물용 의약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사람용 의약품을 활용해 동물의약품을 개발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2027년 1억4072만 달러(195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시장인 만큼 국내 제약사들도 동물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물 의약품도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쓰는 의약품에 비하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적다. 동물의약품 개발 비용은 인체용 의약품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후보물질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성공하지 못해도 이미 동물실험을 거쳤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동물 전용 의약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사람용과 동물용 의약품을 동시에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17~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유럽피부과학회(EADV 2025)’에서 아토피 피부염 신약 ‘IN-115314’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IN-115314는 야누스 키나제-1(JAK-1) 억제제 계열 아토피 피부염 신약으로, 사람용 연고제와 동물용 경구제를 동시에 연구 중이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반려동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IN-115314’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국내 10여개 동물병원과 함께 반려견을 대상으로 소양증과 피부병변 개선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사람이 쓰는 당뇨병 치료제를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가 개발한 국산 36호 신약인 ‘엔블로’를 동물 당뇨병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수의학과 과학’에 게재된 ‘당뇨견 대상 인슐린과 SGLT-2 억제제 엔블로의 병용요법 효과’ 논문에 따르면 동물용 당뇨병 경구 치료제로서 엔블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인슐린 결핍에 의한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1년간 엔블로와 인슐린을 병용해 투약한 결과 엔블로의 효과와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명한 일반의약품을 모태로 한 반려견 전용 의약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가 반려동물용 ‘유디씨에이정(UDCA정)’으로 출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웅제약의 소화제 ‘베아제’도 반려동물 전용 소화제 ‘베아제펫’으로 바꿔 선보였다. 또한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은 동국제약의 유명한 잇몸용 일반의약품인 ‘인사돌 플러스’와 주 성분이 동일하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의 반려동물 의약품이 기업 실적에 기여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이라, 뚜렷한 실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제약사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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