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대치에도 산업 성장 ‘협치’…의원 106명 ‘K-스틸법’ 초당협력

여야, 지도부 대치에도 산업 성장 ‘협치’…의원 106명 ‘K-스틸법’ 초당협력

지난해 조강 생산량 6365만톤…2011년 이후 최저
‘대통령 위원장’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어기구 “여야 106명 초당협력…22대국회 첫 번째협치”

기사승인 2025-08-04 13:01:02 업데이트 2025-08-04 13:24:42
어기구(더불어민주당)·이상휘(국민의힘)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K-스틸법 제정안 발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한미 통상협상에도 미국이 철강에는 50% 초고율관세를 유지한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국내 철강 산업 존속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된 정청래 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협치는 없다’고 공언한 후 국민의힘이 반발한 가운데 첫 합치 사례로 풀이된다.

어기구(더불어민주당 의원)·이상휘(국민의힘 의원)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탈탄소철강기술 기술 개발·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금감면·생산비용 지원 △녹색철강특구를 조성 수입재 남용 억제 △정부 주도 세제·재정 지원 통한 수급조절 유도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외에 철강 전문인력 양성 및 국가철강산업진흥센터 설치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어기구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K-스틸법’ 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이는 국내 철강산업이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맞는 가운데 발의됐다. 국회철강포럼은 국내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 규제, 보호무역 장벽 등의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총 6365만톤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지난 2011년 이후로는 최저치다.

어 대표는 “지난 2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50%로 두 배 인상하며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며 “지난 31일 타결된 관세협상에서도 이 조치는 유지됐다. 미국의 제조업과 주요 산업 공급망에 기여해 왔던 우리나라 철강에 대해 사실상 ‘수입 금지’를 선언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여파로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중소 철강 가공업체들까지 수출 타격과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중국발 저가 수입재 범람,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막대한 투자 압박까지 겹쳤다”며 “우리 철강산업은 ‘전방위 위기’를 겪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 경제 주권은 위협받고, 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스틸법의 전망에 대해서는 “철강산업이 재도약하면 우리 미래세대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지역경제는 살아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며 “1970년 ‘철강공업육성법’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세웠다면 2025년 ‘K-스틸법’은 대한민국의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스틸법을 공동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철강 관세 조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특히 해당 법안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스틸법은 여야 의원 총 106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어 대표는 “지난 4월 국회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국회 입법토론회 이후 정부·산업계·학계 등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K-스틸법’ 은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철강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106명이 힘을 모아 마련한 초당적 법안”이라며 “22대 국회가 국민을 위한 해법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협치의 첫 번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번 협력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경제위기와 보호무역주의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여야가 협력하지 않으면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할 때, 국회가 힘을 모아 난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법안 통과 시기를 함께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또 미국이 전 세계에 적용한 철강 관세율 50%에 대해서는 추후 있을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어보고 준비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어 대표는 법안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단 간 협상해 가능한 한 빨리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후속 법안도 잘 준비해서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에 함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미의원연맹으로 미국에 방문해 공화당 상·하원을 모두 만나고 왔다”며 “(공화당에 보낸 서한에) 철강 문제 등을 담아 전달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관세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여야 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한미의원연맹 방미단으로 미국 현지 반응을 확인하고 온 바 있다.

서 의원은 “(공화당에) 의견 등 공유하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용한 인맥을 모두 활용해볼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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