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 운반선 수수료’ 오늘부터 시행…현대차·기아, 관세 이어 물류비 직격탄

美 ‘車 운반선 수수료’ 오늘부터 시행…현대차·기아, 관세 이어 물류비 직격탄

실제 납부, 오는 12월10일까지 유예... 비관세 장벽 우려 확산

기사승인 2025-10-14 06:00:10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부터 외국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톤(t)당 최대 46달러(한화 약 6만6000원)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예고된 14달러보다 세 배 이상 높아진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우회적 규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미국 수출 중심의 완성차·부품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관세에 더해 입항 수수료까지 떠안으며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외국 건조 선박에 부과... 수수료 부과 횟수는 연 5회로 제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17일 자국 조선업 재건과 외국 해운사의 시장 지배 차단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모든 선박이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차·기아, 자동차 운송 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 등 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는 최대 톤(t)당 최대 46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지난 6월에 제안된 14달러(약 1만9000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지난 7월7일 정부는 USTR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는 양국의 관련 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한국과 미국 간 상호 호혜적인 무역 관계에 역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의 부과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원래 겨냥한 국가로 한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선박당 부과 횟수를 연 5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건의한 ‘입항 수수료 상한제’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백억원 추가 부담... 업계는 ‘제도 변동 주시’ 

한국은 미국 시장에 완성차를 대규모 해상 운송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영향이 크다. 특히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기준 98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중 일부는 미 항만을 기항하지 않는 노선에 배치돼 있어, 실제 부담 규모는 선박별로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1만9000t급 자동차 운반선 한 척의 입항 수수료는 약 88만달러(약 12억5400만원)로 추정된다. 연간 다섯 차례 입항이 이뤄질 경우 선박당 최대 64억원, 전체적으로는 연 수백억 원대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항 수수료 부과가 14일부터 시행되지만, 실제 납부는 12월10일까지 유예된 상황이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미·중 무역 협상이나 APEC 정상회의 이후 제도 변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항만 정책을 넘어, 한국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분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 우위국의 일방적 조치, 일종의 횡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수수료는 현대글로비스 같은 물류회사가 아닌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고, 미국 시장의 높은 가격 탄력성을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자문위원은 “이번 사안은 산업부와 해수부 등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해야 할 통상 이슈”라며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이 돌발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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