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정예팀 명단에서 KT와 카카오가 빠진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들의 해외 기업과의 협업이 정부의 AI 정책 기조와 어긋나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발은 이른바 '소버린 AI' 개념이 사실상 기준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 AI는 자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통제할 수 있는 독자적 AI 모델을 뜻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 5곳을 정예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으로 우리의 데이터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아키텍처 등이 고려가 돼야 한다”며 “실제로 진행한 경험 여부와 오픈 소스로 개방했는지 등의 여부를 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KT와 카카오 역시 자체 개발 모델을 기반으로 정예팀 진입을 노렸다. KT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로 대국민 AI 활용 보편화와 공공 분야 AX 혁신을 위해 나설 계획이었다. 이에 지난달 한국적 AI의 철학을 담아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LLM) ‘믿:음 2.0’의 오픈소스를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카카오도 자체 모델 개발 역량과 카카오톡 등의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전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 AI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월 공개한 카나나(Kanana)-1.5 4종에 이어 두 달 만에 추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하려 했다.
두 기업 모두 1차 선정된 10개 후보 팀에는 포함됐지만, 5개 정예팀을 가리는 2차 평가에서는 탈락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각각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점이 독자성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앞서 KT와 카카오는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와 손을 잡았다. 당시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소버린 AI란 단어를 붙여도 되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KT는 지난달 ‘K 데이터 얼라이언스’ 협약식에서도 MS 기반 GPT 모델을 자사 AI 서비스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과 카카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개발 등의 계획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경우 독자 AI라는 말에 걸맞게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보다는 토대부터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을 어필했다”며 “그런 면에서 양사가 평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두 기업 모두 자체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기술 역량을 입증한 만큼, 단순히 외부 협력 여부 만으로 탈락을 단정짓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KT와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실적이라 볼 수 있는 평가 지표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는 카나나 모델을 별도 운용하는 대신 카카오톡에 직접적으로 접목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T의 AI 성과도 있으나 이를 확산해 어떻게 활용할 것이란 점에서 다소 모호했던 것 같다”며 “향후 양사는 자체적 역량을 갖춰 독보적으로 진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