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 상반기 ‘역대급 실적’ 찍었지만…하반기는 먹구름

5대금융, 상반기 ‘역대급 실적’ 찍었지만…하반기는 먹구름

기사승인 2025-08-06 14:29:07
쿠키뉴스 자료사진.

5대 금융그룹이 상반기 12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교육세율 인상, ‘배드뱅크’ 출연 요구 등 정책 부담이 연이어 쏟아지면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1조9541억원으로 전년대비 7.6%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10조8882억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견고한 이자이익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5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5조1144억원으로, 처음으로 25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같은 기간(24조536억원)에 비해 4.4% 늘었다.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6조3577억원을 거뒀고, 신한금융은 7.0% 늘어난 5조637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4조3816억원)과 우리금융(4조3950억원), 농협금융(4조3424억원) 등도 4조원 넘는 이자이익을 시현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엔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지만 이자이익이 외려 늘어난 것이다. 이자이익을 불리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결과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6·27 대책으로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하반기 가계 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대비 50%로 감축했다. 통상 은행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로, 이중 절반이 가계대출에서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면서 금융지주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축소로 줄어든 이자수익을 메우기 위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전략도 당장의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기업대출은 주담대보다 위험가중치(RWA)가 높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성장 가능성을 이유로 중소기업 등에 대출·투자할 경우 RWA는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금융사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하락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달라고 당국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부담이다. ‘배드뱅크(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배드뱅크는 총 예산이 8000억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한계차주의 빚을 탕감해주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기 위해 금융권에 4000억원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4000억원은 금융권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전세사기 배드뱅크 등 유사 프로그램이 잇따라 도입될 경우 추가 출연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정부의 금융·보험회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 인상안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세법에서 규정한 수익금액은 금융사가 수입한 이자·배당금·수수료·보증료·유가증권 매각이익·보험료 등이다. 정부는 수익금액이 1조원 이상인 대형 금융사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두 배 높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60여 개 금융사에서 연간 1조3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은 새 정부 출범 당시 교육세를 폐지하거나, 목적세 정의에 맞도록 금융·보험업자 부담 세금의 용도를 개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세율을 높이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교육세 등 법정비용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금융사의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100조원 규모의 ‘국민 펀드’에도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산업은행 산하 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모펀드로 조성하고, 민간 및 연기금 매칭을 통해 총 10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재원 확보에 금융권의 직접투자와 초장기 기술투자펀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빚 탕감, 대출 규제, 생산적 금융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요구가 쏟아지면서 하반기 실적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적 역할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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