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그간 규제를 담당해온 부처가 국가 에너지정책을 온전히 맡게 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환경부 이관이 확정될 경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도 환경부 산하로 옮겨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 더 큰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7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산업부 2차관 산하 에너지정책실을 환경부로 편입하는 안건을 유력 방안으로 삼고 대통령실에 이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실과 환경부의 기후정책실을 합쳐 별도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과, 에너지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됐는데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조직개편안은 이르면 다음 주 중 확정될 전망이다.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이 대략 8월15일 이전에 종합 정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전에 정부안이 확정돼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안이 확정되면 환경부는 기후와 환경은 물론, 에너지 분야까지 맡는 ‘공룡’ 부처가 된다. 반면 산업부는 산업, 통상만 담당하는 부처로 축소된다.
문제는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등 그동안 규제 부처로서의 역할을 주로 해왔다는 점이다. 산업계에선 재생에너지·원전을 적절히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산업의 진흥과 규제 사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배출권거래제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환경부는 그간 기업에 적용해온 평균 10%의 유상할당(직접 정부로부터 구매하는 배출권) 비중을 향후 30~50%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조업 등 업계에선 “급작스런 유상할당 비중 상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관련 업계에 크나큰 재무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친환경 전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규제 중심이 아닌 자발적·지원 중심으로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그동안에는 산업부, 환경부가 양 부처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 논의해 왔으나, 환경부로 모든 것이 이관될 경우 내부 혼선은 물론 정책을 발표·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장은 “독립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규제 부처인 환경부에 이를 이관해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모든 정책에 있어 규제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떤 획기적인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전, 한수원 등 에너지공기업이 산업부 산하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 실무 차원에서도 더 큰 혼선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분리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이 한전, 한수원 뿐만 아니라 발전자회사 등 20여 개가 넘고, 이들 기관은 국가 에너지·전력 정책의 핵심 업무를 수행해 왔다”면서 “상위기관의 성향이 바뀌면 이들의 정책 추진 방향에도 일관성이 유지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은 환경 규제와 에너지 정책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5월 연방경제기후보호부에서 기후 대응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부처 명칭을 ‘연방경제에너지부’로 개편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연방경제에너지부에 기후 대응 업무를 포함한 지 4년 만에 되돌린 셈이다.
미국 역시 지난 2월 대통령직속 ‘국가에너지지배력위원회’를 신설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전략산업에 전력을 빠르게 공급하는 ‘에너지 패스트(energy fast)’ 전략을 추진, 기후 대응 업무와 에너지산업 진흥을 별개로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