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고정밀 지도’ 반출…업계 “안보 협상 대상 아냐”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고정밀 지도’ 반출…업계 “안보 협상 대상 아냐”

기사승인 2025-08-12 17:54:06

서울 시내 한 구글 제품 팝업스토어 매장. 연합뉴스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를 한 차례 더 연기하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당 안건이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IT 업계는 구글의 여론전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25일로 확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앞서 관세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던 안보 의제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관세협상 이후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 여부, 자동차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세부 내용 확정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안보 이슈로 다룬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 여부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관세협상 이후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도 등은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며 우리가 방어한 것”이라며 “안보 등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밀 지도를 안보 현안으로 묶어 표현한 셈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8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고정밀 국가기본도에 대한 국외 반출 처리 결정을 유보하고 60일 추가 연장하기로 밝혔다. 당초 이달 11일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나올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는 구글의 요청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 설명했다.

구글이 길찾기 기능 구현을 위해 반출을 신청한 국가기본도는 이미 민감 정보들이 제거된 상태의 데이터라고 밝히며 해당 자료를 예시로 들었다. 구글코리아 블로그 캡처

앞서 구글 측은 정부의 고정밀 지도 반출 결정 유보 직전인 이달 5일 구글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을 내며 업계와 학계의 지적을 반박했다. 해외 반출 승인을 신청한 지도 데이터는 보안상 우려가 없고, 보안 우려를 감안해 가림 처리된 국내 위성 사진을 구입할 의사도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지식 및 정보부문 부사장은 “매년 1000만명 이상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이 구글 지도의 길찾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는다”며 “구글은 해당 기능이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한국 정보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글은 ‘구글에 1대 5000 축척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한국 안보에 위협이 되나요?’란 것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의 보안 심사를 거쳤기에 보안상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IT업계는 해외기업인 구글이 한국의 안보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한미 관계를 이용해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이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제도를 따르며 충분히 지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투자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2016년 정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이번 보도자료와 비슷한 글을 올렸었다”며 “정부에서 요구하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등을 수용하면 되는데 손해를 보기 싫어 어렵게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안건이 한미 정상회담에 오를 것인지는 조금 지켜봐야 되겠지만 정부도 업계와 같이 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도 지도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군사기지, 군수물자 이동 경로 등 보안시설 정보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며 불허했다. 이어 정부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등 조건을 제시했으나 구글 측은 이를 거절하고 핫라인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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