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리아가 ‘K-버거’로 미국 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캘리포니아 풀러턴에 미국 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나선 것. 불고기·새우·전주비빔라이스버거 등 한국에서 검증된 인기 메뉴를 현지화 없이 그대로 선보이며 ‘한국의 맛’ 마케팅을 앞세웠다. 인앤아웃·맥도날드 등 글로벌 강자가 장악한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에 미국 1호점을 정식 오픈했다.
미국은 인앤아웃, 맥도날드, 버거킹 등 굵직한 브랜드가 뿌리내린 치열한 버거 격전지다. 롯데리아는 한류 팬층과 한인 고객을 초기 타깃으로 삼고, 한인·아시아계 비중이 높은 풀러턴을 1호점 입지로 택했다.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전주비빔라이스버거 등 5~6개 베스트셀러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장기적으로는 고객층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특정 타깃층을 의도적으로 겨냥하진 않았다”며 “한국에서 인기 있는 5~6개 베스트 메뉴를 그대로 가져왔다. 롯데리아는 현지 강자들과 비교했을 때, K-버거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격은 불고기버거·비빔라이스버거 세트가 12.77달러(약 1만7740원), 새우버거 세트가 13.27달러(약 1만9000원), 불새버거 세트는 15.77달러(약 2만2000원)다. 단품 가격은 6.49달러(약 8980원)부터 시작한다. 파이브가이즈·쉐이크쉑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수준이지만, 낮은 인지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고려하면 ‘가성비’만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미국 NRI쇼에서 불고기버거와 전주비빔버거를 소개했을 당시 현지 반응도 좋았다”며 “K-푸드와 한국 콘텐츠 인기가 높아, 현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리아의 미국 시장 진입 시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F&B 시장 흐름상 K푸드 전략이 적합하다”며 “미국 시장에서 K푸드 수요가 상승세인 만큼, 정체성을 앞세워 속도감 있게 자리 잡고, 이후 현지 소비자 니즈에 맞춘 마케팅으로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케이팝·K콘텐츠와의 협업 등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리아는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몽골 등 해외 32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베트남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 매출은 221억원으로 전년(182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최근 롯데GRS가 롯데지주로부터 베트남 법인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소유와 경영을 통합했다.
글로벌 확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향후 싱가포르 진출도 계획 중이다. 롯데GRS 전체 매출은 지난해 99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으며, 이 중 롯데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