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글로벌 자원 전쟁…희토류가 대체 뭐길래

총성 없는 글로벌 자원 전쟁…희토류가 대체 뭐길래

- 미중 무역분쟁, 희토류 앞세운 중국에 휴전 연장
- 스마트폰·전기차·전투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中 생산·정제 ‘독점’
- 미중 외 주요국 자원 협업 강화…“韓, 전략자원 컨트롤타워 必”

기사승인 2025-08-19 06:00:08 업데이트 2025-08-19 07:56:29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중국이 무기로 삼아 효과를 보고 있는 희토류에 전 세계의 관심이 다시 모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원 확보를 위한 행보를 보이며 맞불을 놓으면서, 한국 역시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협상을 벌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 5월 중국과 합의한 90일 관세 휴전의 마지막 날에 재차 90일을 연장하는 내용에 서명한 것이다. 앞서 여러 국가를 상대로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임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약 100% 이상의 관세를 철회하고 휴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전략 광물의 생산 편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 광물 76개 중 30개는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으며, 중국이 이 중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전투기 등 첨단산업 필수 원소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69.2%, 정제·가공에선 92.3%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체제다. 희토류는 미래 첨단산업에 있어 필수 소재지만, 추출·정제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소수 국가만 사업을 영위해 왔다. 중국은 덩샤오핑 체제였던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희토류 생산 라인 구축에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 타 국가와 격차를 크게 벌려놓은 상태다.

이러한 투자는 중국의 입장에서 큰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미중이 상대국 관세를 100%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본격화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았고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과 주요 로봇기업, 방산기업마저 공장 가동 중단 위기를 맞게 됐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무역정책조차 희토류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자원 안보 문제로 확산됐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특정 품목 관세를 넘어 전략 광물을 둘러싼 ‘자원전쟁’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주요 격전지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이면서 아직 기술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들이다.

2018년 1차 미중 무역분쟁 이후 자원 안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베트남과 각각 2022년, 2023년 광물 안보파트너십, 희토류 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정제 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말레이시아에 간접 지원을 통해 희토류 정제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과의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정부는 자국 희토류 생산업체에 시장 가격의 2배에 달하는 최소 가격을 보장하기로 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늘렸다. 또 미 국방부는 희토류 채굴업체 MP머티리얼스 지분의 1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산업 부문에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는 미국의 국영기업화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역시 베트남, 브라질과의 협력은 물론, 지난 4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희토류 기술이전을 약속했고, 6월엔 카자흐스탄과 희토류 광산 개발 협력을 체결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는 ‘중화인민공화국 광물자원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안보 차원에서 전략 광물을 관리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해외 자원 개발 지원 의무화, 국가 자원 비축 체계 법제화, 광물 자원 감독기관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48국이 참여하는 ‘핵심 광물 대화’를 출범하고, 조약·협정 12건과 MOU 34건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광물 안보파트너십 등에 동맹국으로 참가하며 자원 안보를 강화하려 하고 있으나, 주요국 대비 뚜렷하게 도출된 성과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중국과 한 차례 희토류 분쟁을 겪은 일본은 최근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 뒤 ‘희토류 공동 채굴 목표’를 발표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인도 역시 희토류 생산 민간기업에 최대 250억루피(약 4003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7년간 3000톤 이상을 생산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중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 광물·자원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과학기술정책 Brief, Vol.48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직 전략자원 이슈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 부재로 희토류 문제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개별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이 통제하는 전략자원은 우리나라 첨단산업에 중대한 경제·안보 이슈인 만큼 경제-안보-공급망 컨트롤타워 수립과 기술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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