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닭집 아이디어에서 세계로…삼양 불닭볶음면, 집념이 만든 반전 신화 [K-푸드 DNA]

찜닭집 아이디어에서 세계로…삼양 불닭볶음면, 집념이 만든 반전 신화 [K-푸드 DNA]

기사승인 2025-08-20 11:00:08 업데이트 2025-08-20 17:21:39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불닭볶음면이 판매되고 있다. 김건주 기자 

한국의 한 찜닭집에서 시작된 작은 영감이 10여 년 뒤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1년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자녀와 함께 방문한 매운 찜닭집에서 목격한 ‘매운맛을 즐기는 청춘들’은 불닭볶음면의 출발점이었고, 지금은 K-라면을 넘어 K-푸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도저히 못 먹겠다”는 평가를 받았던 불닭볶음면은 이제 ‘전 세계 챌린지’의 아이콘이 됐다. 2012년 출시 당시만 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불닭볶음면은 K-라면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먹방 열풍의 중심에 섰고, 삼양식품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제품으로 성장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매출 5351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3%, 영업이익은 34.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그 배경에는 불닭볶음면의 활약이 있었다.

불닭볶음면 탄생 과정은 집념 그 자체였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연구원·마케팅팀과 함께 1년간 전국의 불닭·닭발·곱창집을 돌며 매운맛을 탐구했다. 청양고추·하바네로·졸로키아 등 세계 각국의 고추를 조합해 최적의 소스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만 소스 2톤(t), 닭 1200마리가 투입됐으며, 연구원들이 약을 먹어가며 시식해야 했을 정도로 고된 여정을 거쳤다. 그렇게 지금의 불닭볶음면 레시피가 완성됐다.

출시 초기 불닭볶음면의 월 매출은 7억~8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중독성 있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석 달 만에 매출은 두 배로 뛰었고, 출시 1년 뒤에는 월 30억원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이룬 폭발적 성장세였다.

스코빌 지수 4400의 매운맛은 처음에는 “도저히 먹기 힘들다”는 반응을 샀다. 그러나 곧 ‘도전 먹방’ 문화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화제성을 키웠다. 유튜브와 틱톡을 중심으로 확산된 ‘불닭볶음면 챌린지’는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불닭볶음면은 K-푸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라면에 한정하지 않았다. 소스·과자·간편식 등으로 확장하고, 국가별 맞춤형 불닭볶음면 제품을 출시했다. 불닭 소스를 비롯한 다양한 파생 제품군이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소스·수프 전문기업 지앤에프 인수도 검토 중이다. 지앤에프는 농심, 오뚜기 등에 라면 스프를 공급해 온 기업으로, 삼양식품의 소스 사업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은 업계 전반에 ‘매운맛 경쟁’을 불러왔다. 농심은 ‘신라면 더레드’, 오뚜기는 ‘열라면 더핫’, 하림은 ‘더미식 장인라면 매운맛’을 선보였고, 편의점 CU는 불닭맛 간식을 출시하며 열풍에 합류했다. 

삼양식품은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밀양 제2공장을 가동해 연간 수억 개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중국 자싱에 현지 공장을 착공해 아시아 수요에도 대응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판매법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며 “일본,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5개 거점을 중심으로 매출 확대와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양 2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해외 수요 증가세를 원활히 뒷받침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하반기부터 수출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확대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닭볶음면 브랜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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