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에 칼정장까지…금융권 채용박람회 ‘구름인파’

교복에 칼정장까지…금융권 채용박람회 ‘구름인파’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인산인해’
서류전형 면제 혜택…현장면접 부스 긴장감
군인부터 고등학생까지 취업 열기 후끈

기사승인 2025-08-20 14:44:20
20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최은희 기자


“면접 준비하느라고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요. 꼭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습니다”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김모(26)씨는 피곤한 기색에도 결연한 눈빛을 보였다.

이날 오전, DDP 아트홀 로비는 김씨 같은 구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검은 정장에 뾰족구두를 신은 취준생부터 교복 차림의 학생들까지 뒤엉켜 긴 줄을 섰다. 복도 양옆으로 빼곡히 이어진 행렬은 행사장 안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번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20~21일 이틀간 열리며,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은행 14곳, 보험 19곳, 증권 6곳, 카드 9곳, 금융공기업 18곳, 핀테크·해외 금융사 등 총 80개사가 참여해 다양한 구직 기회를 제공한다. 금융위원회는 이틀 동안 약 3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박람회에서는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이 한층 확대됐다. 컨퍼런스에서는 빅테크·핀테크 등 금융 신산업 분야 동향과 채용정보, 각 기관의 조직문화와 채용 트렌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강에서는 필기시험 준비법, 면접 표현력 향상 노하우가 공유됐다.

구직자 편의를 위해 박람회장 내 탈의실과 휴게공간도 처음으로 마련됐다. 장시간 대기를 하는 구직자들이 잠시 쉬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쪽 의자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모습에서 긴 하루를 준비하는 참가자들의 분주함이 묻어났다.

아침 기차를 타고 올라온 김모(26)씨는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어서 오게 됐다”며 “은행 채용·인사 담당자를 한 곳에서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필기·면접 준비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20일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 내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은행 부스 모습. 최은희 기자


이날 단연 인기 있는 공간은 은행권 부스였다. 8개 은행(IBK기업, IM, KB국민, NH농협, Sh수협, 신한, 우리. 하나)은 이틀간 현장 면접을 진행한다. 그 외 4개 은행(BNK부산, BNK경남, 광주, 전북)은 각 1일씩 현장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 은행권 우수 현장면접자는 향후 공채 서류전형에서 면제 혜택을 받는다. 박람회 방문이 어려운 구직자에게는 화상(온라인) 모의면접·상담도 제공한다. 현장에 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00명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인데, 청년들이 입구부터 줄 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은행 다니는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이른바 ‘칼정장’을 차려입고 1대1 현장 면접을 치렀다. 은행권 부스 앞 의자에는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들이 긴장한 얼굴로 꼿꼿이 앉아 있었다. 일부는 준비한 답변을 복기하거나,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5분 남짓의 면접이었지만, 청년들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IBK기업은행 면접을 마치고 나온 조모(27)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준비한 인턴 경험과 자기소개서 내용을 알뜰살뜰하게 다 쏟아냈다”며 “면접하시는 분이 친절하게 들어줘 감사했고, 분위기도 생각보다 훈훈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면접을 보고 나온 한 20대 남성은 “실전 대비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면접 외에도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주요 금융사 부스에서는 이틀간 현장 상담이 진행된다. 50여개 기관은 부스를 찾은 이들에게 담당자가 직접 채용정보를 설명하고 궁금증에 답하는 식이다. 구직자들은 삼삼오오 부스를 드나들며 메모를 하거나, 취업 정보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갔다. 

군복이나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내고 왔다는 홍모(21)씨는 “취업 동기부여를 얻고 싶어서 왔다”며 “군 생활 동안 막연했던 취업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카드사 부스를 찾은 고등학생 김모(19·여)씨는 “인터넷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는 얻기 힘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한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석해 축사 후 구인기업과 구직자들을 격려했다. 금융위 제공


이날 개막식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 및 80개 금융기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과 직무 다변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금융권 취업을 독려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금융권의 청년 일자리 확대에 역점을 두고 청년의 취업고민 해소를 위해 앞장서 달라”며 “국회에서도 청년들에게 폭넓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뢰받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부가가치를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며 “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 청년 창업·스타트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이번 박람회가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회사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현장 실무진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정부가 창업·스타트업·벤처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 공급을 강조하는 만큼, 기업금융 관련 인력 수요도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이 점도 구직자들이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박람회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채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내달부터 박람회 홈페이지를 ‘금융권 채용정보 플랫폼’으로 전환해 운영할 예정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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