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보험사...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줄이기 사활

분주한 보험사...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줄이기 사활

기사승인 2025-08-22 06:00:08 업데이트 2025-08-22 09:07:06
쿠키뉴스 자료사진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갭)가 상반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규제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격차 축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의 실질 만기(듀레이션)를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듀레이션 격차(갭)가 0에 가까울수록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적립금)과 향후 지급해야 할 부채(보험금) 만기가 일치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줄어든다.

한화생명의 듀레이션 갭은 지난해 0.26년에서 올해 1분기 0.27년으로 확대됐다가 2분기에는 0.08년으로 축소됐다. 현대해상도 같은 기간 2.55년에서 3.77년으로 벌어졌다가 3.01년으로 줄었다. 삼성생명은 1분기 -1.6년에서 2분기 -1.4년으로, 같은 기간 동양생명도 2년에서 1.2년으로 개선됐다. 이 같은 변화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1분기 177%에서 2분기 187%로, 한화생명은 154%에서 161%로 높아졌다. 현대해상도 지난해 말 대비 13.0%포인트 개선된 170.0%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듀레이션 갭 축소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다. 자산·부채 불일치가 클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동성이 확대돼 지급여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리 하락기마다 반복된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ALM(자산·부채 관리)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듀레이션 갭 허용 범위를 감독규정에 반영하거나, 경영실태평가에 ALM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규정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율 인하도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2027년까지 장기선도금리(LTFP)를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는 높은 할인율 적용으로 장기 부채가 실제보다 적게 평가돼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앞으로 할인율이 낮아지면 미래 지급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커지면서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보험사들은 초장기 국채 매입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2분기 30년 이상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9조2311억원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로만 보면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236조원 순매수했다. 2년 이하 단기채권은 50조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동재보험 활용도 늘고 있다. 올 초 한화손보에 이어 지난달 메리츠화재가 6000억원 규모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도입 검토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동재보험은 부채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어 듀레이션 갭 축소 수단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도 듀레이션 갭 축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 부채를 조기 지급하거나 미래 지급 의무를 다른 형태로 전환해 부채 만기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부채 부담을 줄이고 자산 듀레이션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실제 효과는 유동화 신청 규모와 지급 과정에서의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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