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값이 금값…CJ·풀무원·대상, 바다 대신 육상에서 ‘김 전쟁’

김 값이 금값…CJ·풀무원·대상, 바다 대신 육상에서 ‘김 전쟁’

기사승인 2025-08-22 06:00:10 업데이트 2025-08-22 08:52:53
충북 청주시 오송읍 풀무원 기술원에 있는 김 양식 수조. 풀무원 제공

기후변화와 수출 호조로 김 값이 금값이 되고 있다. 공급 불안이 커지자, 식품업계는 해답을 바다 밖에서 찾고 있다. 바닷물과 파도에 의존하던 전통 양식에서 벗어나, 육상 수조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규모 R&D와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며 ‘바다의 금’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마른김 비축 제도 도입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김 가격이 평년 대비 40% 이상 치솟자 20년 만에 다시 비축 카드를 검토하는 것이다. 가격이 낮을 때 사들여 보관했다가 급등기에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됐으나 가격 하락과 품질 문제로 중단된 바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마른 김(중품) 소매 평균가는 10장에 1350원으로, 평년(979원) 대비 약 38% 비싸다. 여기에 수출 호조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1분기 김 수출량은 1만161톤으로 전년 동기(9456톤) 대비 7.5%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 1분기(1076톤)와 비교하면 무려 844.3%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런 수요 확대에 맞설 만한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해상 양식 환경이 악화하면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 때문에 김도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러 기업이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밥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도시락 김뿐 아니라 동그랗게 말린 스낵 김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안정적 공급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육상양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상·풀무원·CJ제일제당 등은 R&D와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지자체와 학계까지 힘을 보태면서, 육상양식이 김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배지 개발로 한발 앞선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앞서 육상양식 기술을 개척해온 기업이다. 2018년 업계 최초로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한 뒤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김 성장에 필요한 전용 배지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2월 전남 해남군과 협약을 맺고 컨소시엄을 구축했으며, 인천대·제주대와 공동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산 김의 글로벌 수요 확대에 따라 품질과 공급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해상양식은 여름 생산이 불가능해 냉동 보관한 김을 쓰지만, 육상양식이 상용화되면 갓 양식한 김을 연중 균일한 품질로 제공할 수 있고, 정수된 해수를 쓰기 때문에 오염 우려도 적다”고 말했다.

“연구실서 식탁까지”

풀무원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연구 성과를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했다. 2021년 기술 개발을 시작해 충북 오송에서 양식업 허가를 취득했고, 충남 태안에 10톤 규모 수조를 설치해 실증 연구를 확대했다. 지금까지 특허 3건을 출원했으며, 지난해에는 육상양식으로 수확한 물김을 비거니즘 레스토랑 ‘플랜튜드’에서 선보이며 차별화를 보였다. 지자체·학계와 협력도 넓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새만금개발청 등과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대학·어업인 단체 등 11개 기관과 상생 협약을 맺었다.

풀무원 관계자는 “전북 군산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종합단지에 ‘육상 김 R&D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5년간 60억 원을 투자해 2800평 규모의 연구·생산 시설을 단계적으로 완공하고, 육상양식 물김을 마른 김은 물론 김 스낵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2027년 첫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과제 품고 해외로”

대상은 해조류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전남 고흥에 양식장을 세우고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 국책과제에도 선정돼 2029년까지 연중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반폐쇄형 부착 방식을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공급망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노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간 800톤을 생산해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로 스낵 시장 1위를 차지했고, 베트남에서도 연간 700톤을 생산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해외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지위를 높여 나가겠다”며 “김 제품은 물론 미역, 다시마, 한천 등 다양한 해조류 가공품을 선보이고, 할랄·비건·글루텐 프리 등 글로벌 인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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