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권고 치료제, 국내선 외면…‘테넥테플라제’ 1년째 “심사 중”

국제 권고 치료제, 국내선 외면…‘테넥테플라제’ 1년째 “심사 중”

기사승인 2025-08-25 06:00:05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곽경근 기자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뇌졸중 치료제가 국내에선 허가받지 못해 환자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되고 있다. 뇌경색은 초기 대응과 적절한 치료가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작용 시간이 길고 출혈 부작용이 낮은 효과적인 정맥내혈전용해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의료계에 따르면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뇌졸중은 적정 시간 내 치료가 환자의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AIS)으로 뇌가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뇌세포가 괴사하면 정상 기능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어 최대한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뇌졸중 발생 건수는 약 11만 건에 달한다.

뇌경색 환자의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으로, 증상 발생 후 제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정맥 속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해당 치료만으로 30% 정도의 환자는 증상 호전과 후유 장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뇌경색 환자 중 10% 정도가 정맥내혈전용해술 치료를 받는다. 연간 새로운 뇌졸중 환자는 11~15만 명 정도로, 그중 80% 정도가 뇌경색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연간 약 8000~1만 명의 환자들이 혈전용해제로 치료한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혈전용해제는 ‘알테플라제’(tPA)가 유일하다. 알테플라제는 뇌경색 환자의 초급성기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물이지만, 투약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뇌경색 치료 시 알테플라제 용량의 10%를 1분 동안 주입하고, 이후 90%를 1시간 동안 투약한다. 이런 투약 방식은 약물 반감기가 4~6분 정도로 짧고, 지속적인 상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알테플라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게 ‘테넥테플라제’(TNK)다. 테넥테플라제는 알테플라제의 개량 약물로, 5~10초 동안 일시 주입이 가능해 투약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감기가 17~20분으로 길며 혈전 용해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한 번의 주사로 응급실뿐 아니라 이송 과정에서도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다. 환자 예후는 알테플라제와 비슷하지만, 뇌출혈 같은 출혈성 합병증 위험은 테넥테플라제가 약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넥테플라제는 2003년 국내에 심근경색 치료제로 도입된 바 있어 안전성도 입증됐다.

여러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테넥테플라제를 알테플라제 대신 정맥내혈전용해제로 투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도 정맥내혈전용해술 치료에 테넥테플라제 투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여러 임상현장에서 알테플라제와 비교해 효과 및 안전성이 비슷하거나 테넥테플라제가 더 나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 승인돼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테넥테플라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 202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용 승인 신청이 이뤄졌지만, 1년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특성과 지역의료 격차를 고려할 때 테넥테플라제가 뇌졸중 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공적 가치가 큰 약제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알테플라제 생산에 어려움이 있어 해외 국가들이 테넥테플라제를 빠르게 도입했다”면서 “테넥테플라제는 비교적 빠르게 투약이 가능해 뇌경색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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