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에 270개, 37년간 51억 개. 오리온 포카칩이 쌓아온 숫자는 어느새 4조 원을 넘어섰다. 단순한 판매 실적이 아니다. 농가와의 협력, 30여 년 이어온 품종 연구, 나라별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 글로벌 공급망이 함께 만들어낸 기록이다.
23일 오리온에 따르면 스낵 ‘포카칩’은 1988년 국내 출시 후 불과 6년 만에 생감자 스낵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6년에는 베트남과 중국으로 무대를 넓혀 각각 ‘오스타’, ‘하오요우취’라는 이름으로 현지에 뿌리내렸다. 두 브랜드는 오랜 시간 시장 1위를 지켜왔고, 하오요우취는 지난해 매출 16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성과의 핵심은 ‘글로벌 감자 네트워크’다. 오리온이 생감자 스낵으로만 한 해 사용하는 감자는 20만 톤을 넘고, 올해는 23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감자 총생산량(54만 4000톤)의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이 거대한 수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글로벌 공급망이다. 오리온은 한국과 베트남 농가와 계약재배를 맺어 안정적으로 감자를 확보하고, 중국 내몽골에서는 직영 농장을 운영한다. 또 감자가 자라지 않는 공백기에는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해 수급의 공백을 메운다. 한국·베트남·중국을 합친 계약재배 면적만 해도 여의도의 12배에 이른다.
오리온과 농가와의 인연은 1989년 국내 계약재배 도입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라·경상·충청·경기·강원 등 전국 7개도 300여 농가와 손잡고 있다. 단순한 원료 조달이 아니라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원료를 보장하는 ‘상생 파트너십’이다.
오리온은 2022년부터 4년간 3억5000만원 규모의 농기계와 장비를 지원했고, 매년 수확철마다 햇감자칩 선물세트를 농가에 돌려주며 ‘감사의 보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당진 지역아동센터 등에는 자사 과자를 꾸준히 후원하며 지역사회와도 상생을 실천 중이다.

또 다른 축은 연구개발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감자산업은 반찬용 식용감자 중심이었다. 이를 바꾼 것이 1988년 강원 평창에 설립된 오리온 감자연구소다. 37년간 품종 개량에 매달려온 결과 두백, 진서, 정감 등 신품종을 탄생시켰고, 이는 수확량과 품질을 높여 국내는 물론 베트남 농가에도 보급됐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신품종 ‘OA2132’를 개발해 품종보호 출원까지 마쳤다. 현재 감자 품종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오리온, 펩시코, 가루비 단 3곳뿐이다.
제조 기술과 현지화 전략도 포카칩의 성공을 뒷받침한다. 포카칩의 두께는 평균 1.3mm지만, 감자의 전분 함량에 따라 0.01mm 단위로 조정해 최적의 식감을 구현한다. 김맛, 김치맛, 고추장맛 등 각국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인 것도 인기 비결이다. 국내에서는 서구식 식문화 확산과 함께 식사 대용 수요까지 생기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제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오리온을 ‘2025년 농업·기업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하며, 자체 개발한 고품질·다수확 감자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과 연결한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감자 신품종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긴 시간과 상당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며 “오리온은 수백 개의 우량 교배모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배조합을 시도하고, 약 10년간의 선발 과정을 거쳐 매년 1~2개의 우수 품종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저온, 폭우·가뭄 같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고품질·다수확이 가능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전국 농가와 함께 테스트와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감자 재배 농가의 소득 증진과 감자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