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입에 약 8조원을 지출해 전년 대비 30% 가까이 비용이 늘었다. 환율 상승과 TSMC 제조 단가 인상, 갤럭시 S25 전 모델의 퀄컴 칩 전량 탑재가 겹친 결과다. 이에 내년 플래그십 모델에 자사 칩셋인 ‘엑시노스’로 복귀해 원가 절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7조7899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75억원) 대비 2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부품 구매비에서 모바일 AP가 차지하는 비중도 17.1%에서 19.9%로 확대됐다.
갤럭시 S25 전 모델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한 것이 비용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엑시노스 2500’을 사용하려 했으나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전량 퀄컴 칩셋으로 교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퀄컴 칩 자체 단가가 높은 데다 생산을 맡은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올리면서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엑시노스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샘 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공개할 갤럭시S26 시리즈 3종 중 최소 2종에 2나노미터(nm) 기반의 엑시노스2600을 적용하고,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6 울트라에만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2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2500을 처음으로 적용한 바 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엑시노스는 과거 발열·전력 효율·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 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던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시장 신뢰 회복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엑시노스의 갤럭시 S26 시리즈 탑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도 “현재 엑시노스 2600의 수율·발열·전력 효율 등 핵심 기술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채택이 결정되면 성능과 가격을 종합 평가해 모델별로 엑시노스·퀄컴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퀄컴 대비 단가 협상력이 확보될 경우 원가 경쟁력 회복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