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면허 간호사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6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인력 확충보다는 처우와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숙련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고용노동부 ‘지역별고용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면허 간호사는 53만7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11만명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32만3000여명(61.3%)에 그쳤으며, 나머지 20만4000여명은 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사’였다. 이는 2019년 대비 28.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작년 6월 기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전체 면허자의 51.04%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활동률(68.2%)보다 크게 낮았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은 57%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호사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과중한 업무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보상 체계 △경력 단절 후 복귀의 어려움 등을 꼽는다. 실제로 국내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2~5배 많아 업무 강도가 극심하다. 이로 인한 번아웃은 환자 안전에도 직결된다. 간협은 “3교대·야간 근무에 비해 낮은 임금, 출산·육아 후 복귀 장벽 등은 간호사들의 조기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간호계는 유휴 간호사 문제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간호인력지원센터를 통한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야간 근무 수당 인상 △교육전담간호사제 도입 △인권 침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이 상정돼 인력 배치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간협은 단순히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와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교육 및 실습 제공 △시간제·탄력 근무제 도입 △장기근속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간협은 “유휴 간호사 문제 해결은 단순히 인력난 해소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간호사들이 부담 없이 복귀하고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