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늘려라”…바뀐 상급종합병원 심사 기준에 분주한 병원들

“중환자 병상 늘려라”…바뀐 상급종합병원 심사 기준에 분주한 병원들

일반병실을 중환자실로 전환하는 작업에 몰두
“새 KDRG 체제가 도움될 것”

기사승인 2025-08-29 06:00:10
게티이미지뱅크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따라 병상 재편에 나섰다. 최근 공개된 상급종합병원 지정체계 개편안도 병원들의 목표 달성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0년간 1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지원사업은 △입원 환자 중 적합질환자 비중을 70%로 상향 △진료협력 강화 △병상 수 5~15% 감축 등을 목표로 한다. 특히 병원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입원 환자 중 희귀·중증·난치성 질환자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는 희귀성이거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 치명률이 높거나 진단 난이도가 높은 질병 등을 앓고 있는 자다. 즉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희귀‧중증‧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가 70%여야 한다는 의미다. 

병원들은 입원환자 중 적합질환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 병실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바라는 병원들 또한 정부의 기조에 맞춰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공사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 요구에 맞춰 기존 중환자실을 리모델링하고, 중환자 병상을 7개 늘렸다”며 “일반 병실도 중환자실로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 또한 “병상 개편을 위해서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서 병원 차원에서 병상 구조 전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반병동 한 곳에 20개 병상이 들어가지만, 중환자실은 8~10개만 배치할 수 있어 환자 수용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병실을 늘려도 전체 입원환자 중 70%를 중환자로 채우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일반병동을 중환자실로 바꾸면 병상이 50% 이상 줄어든다”며 “일반병동을 줄인 만큼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고, 병상을 확보해도 환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지원사업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 분류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KDRG(환자진단군분류)를 활용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지정·평가 규정을 개정해 KDRG를 기존 4.4 버전에서 4.6 버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새 체계는 합병증 반영을 강화해 전문진료질병군 511개, 일반진료질병군 565개, 단순진료질병군 147개 등 총 1223개 군으로 세분화했다. 자궁근종절제술, 난소수술 등 7개 부인과 수술과 소아 중증환자 진료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상향됐다. 새 기준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병원들은 새로운 KDRG 기준이 상급병원구조전환 지원사업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동안 저평가 받던 의료 행위들이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진료질병군을 확대하면서 중증 환자로 분류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며 “구조적 한계로 지원사업 목표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했던 병원들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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