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韓 원전수출…미국은 득 될까

말 많고 탈 많은 韓 원전수출…미국은 득 될까

- 한미정상회담 계기, 양국 원전 협력 확대 본격화
-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작법인 설립은 감감무소식
- “‘불공정 계약’ 아닌 ‘전략’되려면 빠른 후속 조치 필요”

기사승인 2025-08-31 06:00:08 업데이트 2025-08-31 09:58:00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는 도널드 트럼프 체제의 미국 정부가 한국에 원전 협력 ‘러브콜’을 연일 보내고 있다. 최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이러한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당초 유력하게 점쳐졌던 한국수력원자력-웨스팅하우스 간 합작법인 설립 등 세부적인 협력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양국 원전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두 기업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계약 논란에도 휩싸여 있어 미국과의 협력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포함한 폭넓은 차원의 원전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 양국 기업 및 기관은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행사 직후 원자력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 4건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수원, AWS(아마존웹서비스), 엑스에너지 등 기업 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협업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직후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원전 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있다. 당장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착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자국 내 공급망이 붕괴했기에 그간 한국에 여러 차례 협업을 제안해 왔다.

한국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미국 원전 사업에 협업 형태로 참여하는 것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중심 통상정책에 대응할 전략 카드로 원전을 활용할 수 있고,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 소재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다만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을 이유로 한국의 원전수출 과정마다 지식재산권 분쟁을 일으켜 왔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 기관 간 합작법인 설립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정상회담이 끝난 지 수일이 지난 시점에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상회담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합작법인 설립이 거론되지 않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을 겪고 있어, 이번 합작법인 설립 논의 답보가 더욱 뼈아픈 실정이다. 

약 2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한 한수원은, 원천기술을 이유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웨스팅하우스에게 북미·유럽 원전 시장을 양보한 데 이어, 향후 50년간 원전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에 1기당 약 1조1400억원의 물품·용역 구매료와 기술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됐으며,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선 불공정 계약이 아닌 더 큰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를 위한 초석 역할을 할 합작법인 설립부터 지지부진하며 다소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있어 미국의 저변이 매우 넓은 데다 원천기술을 앞세워 웨스팅하우스가 압박을 지속해 왔기에 우리 입장에서도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후 후속 조치가 적극 논의되지 않는다면, 향후 미국 시장에서 원전 협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불공정 계약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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