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방산기업들은 현장에서 첨단 무기 체계를 대거 선보이며 동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르 내고 있다. 현지 협력과 합작법인 설립, 생산 시설 현지화 등 유럽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서도 무기 성능 고도화와 첨단 전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 점이 올해 전시의 특징이다.
특히 폴란드가 핵심 전략시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현지 맞춤형 무기 및 기술 이전을 통한 수출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최근 군비 증강과 국방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등 무기 수출이 급증했고, 이에 주변 동유럽 국가로의 수출 확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심순형 산업연구원(KIET) 안보전략산업팀장은 “슬로베키아, 체코 등 주변 국가들까지의 수출도 파생해 수출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폴란드는 한국에게 무기 수출지로서 중요한 곳” 이라며 “안보 위협에 노출된 동유럽 국가들 입장에서 빠른 무기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내 ‘Buy European(유럽산 무기 우선 구매)’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폴란드를 시작점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EU 공동 방위자금 조달 프로그램인 SAFE Fund(유럽 안보 행동 기금)을 활용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SAFE Fund는 올해 5월29일부터 시행된 대규모 공동 방위 자금 조달 프로그램으로, 최대 1500억 유로(약 236조원)를 EU 회원국 및 안보 파트너 국가에 저리 장기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 유럽 방위 산업의 통합을 지원하면서, 특히 한국 등 비유럽 국가 기업이 현지 생산에 나설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각국이 전투기와 같은 전략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한 경험을 축적할수록 주변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이는 곧 추가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업체들은 현지 생산 기반 확보와 기술 협력 확대를 통해 유럽의 까다로운 조달 조건을 넘어서는 동시에, ‘K-방산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도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민간 최대 방산업체 WB그룹과 JV를 추진 중이며,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에 박차를 가한다. KAI도 6월 폴란드에 유럽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KAI 관계자는 “KAI의 경우 부품 및 정비 서비스를 현지화해 유럽 공략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올해 6월 폴란드에 유럽법인을 오픈하고 유럽시장 확대에 힘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K-방산이 유럽 방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심 안보전략산업팀장은 “EU가 공동 조달 자금으로 최근 추진 중인 세이프 펀드를 지렛대 삼아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며 “생산 시설을 유럽에 유치하면, 우리도 그 자금 지원의 대상이 되며 인근 국가까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