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얘기 나올까” 전전긍긍… 이찬진 금감원장 2금융권 만남 시작

“어떤 얘기 나올까” 전전긍긍… 이찬진 금감원장 2금융권 만남 시작

‘소비자보호+상생금융 주문’ 예상
더 악화된 업황…“상생금융 부담”

기사승인 2025-09-02 17:33:22 업데이트 2025-09-02 18:03:47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제

은행권을 지목했던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이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보험사 간담회에 이어 이달 중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여전)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회동할 예정이다. 거듭 강조해 온 소비자 보호와 상생 금융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업계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은행·보험 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4일 저축은행, 16일 카드사 CEO들과도 첫 회동을 가진다. 통상 상견례 자리는 구체적인 안건 논의보다는 가벼운 인사말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강도 높은 발언과 세부 주문을 쏟아내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금융범죄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는 은행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취임식과 은행권 간담회에 이어 보험업권 간담회에서도 불완전 판매 문제를 지적하며 “상품 설계와 관련된 내부통제가 미흡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앞으로 모든 금융 감독·검사 업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이는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상생 금융 확대도 핵심 메시지다. 은행권 간담회에서는 “쉽게 이자 장사에 치중한다”고 지적하며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요구했고, 보험업권 간담회에서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포용적 금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에도 같은 주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카드업권에는 소비자 보호와 함께 소상공인 지원 방안 마련을, 저축은행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참여연대와 민변 출신인 이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핵심은 상생 금융 확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악화된 업황…“상생금융 부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주문이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제2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상생 금융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에도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일부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상생 금융을 검토하는 등 ‘눈치 싸움’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상생 금융을 확대하기에는 업황이 부진하다.

보험사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조9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본업인 보험손익은 감소했고, 그나마 투자이익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건전성 지표 관리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카드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하나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상반기 순익은 1조25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확대로 실적이 악화됐다. 하반기 역시 카드론 규제로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반기마다 적자를 이어오다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보험사는 예대마진이 아닌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라 상생에 기여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며 “이번 상생보험 분담금은 평소의 자사 사회공헌 기부금보다 훨씬 큰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가)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지난번 상생 금융을 추진할 때보다 업황이 더 악화돼 부담이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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