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사태] 손해 본 투자자 없는 IPO…진짜 피해자는?

[하이브 사태] 손해 본 투자자 없는 IPO…진짜 피해자는?

초기 투자자(FI), 투자자별 개별 이슈 등으로 엑시트
FI, 하이브 지분으로 ‘대박’
‘IPO 타이밍’ 의혹의 단초…하이브 자금조달 3순위가 IPO

기사승인 2025-09-05 06:00:09 업데이트 2025-09-05 06:39:10
쿠키뉴스 자료사진

[편집자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경찰 소환조사가 임박했다. 지난해 말 관련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지 반년이 지난 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제될 사안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과를 넘어 투자 당시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현재 방시혁 의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의혹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이다. 지난 2019년 당시 방 의장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속이고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에 당시 빅히트(현 하이브) 지분을 팔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 회장은 미리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매각 차익의 30%를 부당하게 챙겼으며 2020년도 상장 과정에서 해당 계약 및 사모펀드와의 관계에 대해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중 방 의장을 소환해 IPO 당시 부정거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던 BTS의 월드 흥행

△LB인베스트먼트 △레전트캐피탈 △알펜루트 자산운용은 하이브(구 빅히트)에는 은인이라고도 할 수있다. 이렇다 할 스타 아티스트가 없는 하이브에 당시 데뷔를 준비 중이던 혹은 이제 갓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의 성장성만을 믿고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다. LB인베스트는 2012년 8월 55억원, 레전드캐피탈은 2016년 5월 45억원을 투자했다. 알펜루트 자산운용은 2018년 4월에 빅히트 구주 2.3%를 인수했다.

FI란 앞으로 성장성이 있어 보이는 기업이나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지만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투자로 인한 주가 상승, 배당, 이자 수익등에 집중하며 일정 기간 후에는 상장(IPO)·인수합병(M&A)·지분매각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6월 데뷔 이후 피땀 눈물, 불타오르네, DNA 등의 히트곡을 내면서 꾸준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했다. 2015년 데뷔 2년 만에 음악방송에서 1위를 했고 그 다음해 첫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아지며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대한민국 아이돌이란 기록도 남겼다.

2018~2019년 사이 하이브의 ‘은인’인 기존 FI들은 지분을 일부 매각 하거나 전량 팔았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들의 선택을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보고 있다. 그 당시 어떤 전문가도 BTS의 음악이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 히트를 칠지, 그를 바탕으로 K컬쳐가 전세계를 휩쓸지 알지 못했다. BTS는 남성 아이돌로 멤버 전원이 군 입대를 해야 한다는 리스크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하이브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BTS)’이 유일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일 수익처(단일IP)’를 주요 리스크로 본다. 

이 외에 LB인베스트먼트는 펀드의 만기 도래, 레전드캐피탈은 포트폴리오 조정 등 개별적인 이슈도 지분 매각 이유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알펜루트는 라임사태로 인한 펀드 환매 중단 위기에 처해 유동성이 필요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 투자자들이 상장을 안 한다고 속아 피해를 봤거나 불만이 있었다면 이미 예전에 문제가 되지 않았었겠냐”면서 “당시 지분 매각 의사를 직접 하이브에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자, 하이브 지분으로 ‘대박’

초기 투자자들은 하이브 지분 투자로 상당한 차익을 올렸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2년부터 하이브에 투자해 2018년과 2019년 지분매도로 20배 가량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9년 LB인베스트먼트 상장을 준비하던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빅히트(현 하이브) 투자로 수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히며 “오늘의 BTS는 경이롭고 무척 자랑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018년 4월 하이브 구주 2.3%를 인수했다. 2019년 11월 이스톤2호 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1년 7개월 만에 원금 대비 50%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레전드캐피탈은 2016년 5월 투자한 지분 중 일부(3.88%)를 2019년 11월 이스톤2호 펀드에 넘겼다. 나머지 6.2%는 하이브 상장까지 보유하고 있어 시세차익이 상당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자금 투자와 회수는 모두 전략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운용사에 있다”면서 “해당 건은 시장에서 투자를 잘 한 건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투자로 인한 피해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기존 투자자들이 하이브 상장까지 초기 투자 지분을 전량 들고 있었다면 ‘더 많은’ 수익을 챙겼을 거라는 건 자명하다. 다만 BTS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지 못 하고, 이에 따라 상장도 실패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기존 투자자들의 매도는 ‘완벽한 타이밍’이 된다는 평가다. 

그 ‘타이밍’이 현재 하이브 사태 논란의 불씨를 당기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과연 당국이 의심하는 것처럼 기존 투자자들은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를 상장 하지 않겠다거나, 상장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한 말을 믿고 지분을 매각했을까. 금융투자업계에서 당시 거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배경에는 FI들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과 ‘수익 실현’의 갈림길에서 수익 실현을 선택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IPO 타이밍 의혹 단초...하이브 자금조달 3순위가 IPO

하이브는 BTS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BTS 미국 진출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재원 마련을 위해 그즈음 1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을 검토했다. 방시혁 의장과 경영진은 경영권 안정과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유치를 제일 우선순위로 뒀다. 비전펀드는 쿠팡과 야놀자 등에 투자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이다.

BTS의 급성장에 1조원 투자가 단숨에 가능할 듯도 했지만 2019년 말 최종 무산됐다. 하이브는 차선책으로 채권 발행을 염두에 뒀지만 당시 여건상 성공 가능성이 낮고 조달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에서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가장 최후순위였던 IPO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브는 2020년 1월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장을 결정해도 상장 시점과 성사 여부에 대해 확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당시의 업황, 주식시장 상황 등에 따라 상장이 중단·철회되거나 금융당국의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설사 방 의장이 “상장을 못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해도 이를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혐의로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 하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특히 하이브가 상장에 본격 나선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세계 경제가 휘청였다. 하이브 상장에도 빨간 불이 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엄격한 방역정책과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억눌린 오프라인 공연 수요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 소비로 옮겨가며 BTS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 한다. 2020년 9월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그룹 최초로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BTS가 초대박을 터뜨리며 하이브는 2020년 10월 코스피 시장에 별 탈 없이 입성했다. 공모가는 13만5000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2021년 11월에는 42만1500원까지 주가가 뛰어 올랐다. 사명도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바꿨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증선위의 방시혁 의장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위반 혐의' 판단은  ‘결과론적 해석의 오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 매각 후 불과 2개월 만에 하이브가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는 점이 오류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사건의 흐름을 살펴보면 의도적이라기 보단 당시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업계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수사 리스크에 노출돼 우려를 나타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에서 일어난 FI의 투자와 자금 회수 과정, IPO 상황 등은 자본시장에서 지극히 일반적이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라며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이미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여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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