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치료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미용 목적으로 약물이 과도하고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이어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국내 출시되며 비만 치료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치료제는 2021년 미국 출시 후 비만 유병률 감소에 기여할 만큼 비만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다. 또 비만 진료지침은 BMI 25kg/㎡ 이상에서 비약물 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했을 때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고비 용량의 경우 가장 낮은 0.25㎎에서 시작해 최대 2.4㎎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이다.
GLP-1 비만치료제는 당뇨,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 등의 효과도 있지만, 비만 치료 효과만 부각돼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과 관리 없이 사용되거나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대상에게까지 투여되는 등 부적절한 사용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시판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143건 보고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만학회는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하면 무분별한 처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성희 학술이사는 “식약처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비급여 시장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치료제가 급여화된다면 환자 처방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회의 가장 큰 걱정은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해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비만을 질병으로 본다면 당연히 보험 급여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심각한 비만 환자들은 다양한 합병증을 안고 있음에도 고가 약물인 탓에 약을 쓰지 못하고 그림의 떡처럼 느낄 수 있다”며 “비만 수술처럼 중증 환자군부터 치료제 급여를 시작하고 점차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제언했다.
서영성 회장은 비만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비만을 미용 문제로만 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비만 치료가 이뤄지면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과 더불어 암 위험까지 줄어 의료비가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