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시에 창고형 약국이 처음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은 이후 다른 지역에서 2호, 3호 창고형 약국이 개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새로 문을 열 창고형 약국이 마주하는 환경은 달라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카트를 끌고 매대에 있는 일반의약품과 영양제를 직접 담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를 수 있고 기존 약국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지난 6월 성남시에 문을 연 1호 창고형 약국 A약국에는 새로운 영업 방식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잇띠랐다.
A약국의 성공 이후 2‧3호 창고형 약국 개설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한 약사가 250평 규모 건물을 매입해 개국을 준비 중이며, 광주광역시에서는 약사가 230평 규모 약국 개설 신고 서류를 보건소에 제출했다.
다만 이들이 A약국처럼 지역사회에 정착하긴 쉽지 않다는 예측이 있다. 두 약국 모두 개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의약품 도매상들도 대량 공급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A약국은 개설한 약사가 이미 종로5가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하며 20억원 이상의 개설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3호 약국은 개설 비용 수억 원의 출처를 설명하지 못해 지역 약사회가 보건소에 자금 출처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광주광역시약사회 관계자는 “광주 지역에 230평 규모 창고형 약국을 준비하는 약사는 2023년에 면허를 취득했고, 이후 2년간 근무약사 경력이 전부”라며 “사회 초년생 약사가 수억원의 개설 자금을 정상적으로 마련했다고 보기 어려워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의약품 도매상들의 태도 변화도 변수다. 창고형 약국은 도매상으로부터 대량으로 제품을 들여와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최근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약국들의 부도에 따라 의약품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통업체들이 제품 소량 공급에 집중해 창고형 약국들이 박리다매 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결국 1호 창고형 약국과 달리, 2‧3호 약국은 영업 여건상 정착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2‧3호 창고형 약국은 성남 A약국과 다르다”며 “겉으로는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했지만, 환경이 크게 달라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며 정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창고형 약국은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하기보다 산업적 관점에서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토대로 늘어나는 창고형 약국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