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연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상품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손해율이 과거 통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돼, 보험사들의 재무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의 평균 위험손해율이 5개 분기 연속 상승세다. 2024년 1분기 88.2%에서 시작해 89.9%, 95.6%, 96.1%, 96.2%로 꾸준히 높아졌다.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생존담보 보험금 청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의 손해율이 크게 악화됐다.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간병비 특약 보험금 지급액은 2074억원으로, 작년(673억원)보다 3배, 재작년(158억원)보다 1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간병인 특약 평균 손해율은 100%에 육박했으며, 일부 보험사의 성인 담보 손해율은 300~4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손해율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최근 보장 한도를 축소하고 있으나, 손해율 악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고령화 등 영향으로 질병입원율 등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60대 이상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이전 경험통계 대비 높은 손해율 변동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간편보험(유병자보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유병자보험은 기존 질병 이력 때문에 일반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설계된 상품으로, 유병자나 고령자도 비교적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11곳과 생명보험사 3곳 등 총 14개사의 평균 경과손해율은 2022년 45.99%에서 2023년 55.79%, 지난해 60.64%로 2년 만에 약 15%포인트(p) 상승했다. 개별 보험사별로는 NH농협손해보험(73.8%), 메리츠화재(73.4%), 삼성화재(72.8%), 한화손보(69.0%), 현대해상(67.9%) 순이었다.
보험사들이 신계약 확보에 적극 나서며 가입자가 늘어난 여파로, 유병자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361만건에서 2022년 411만건, 2023년 604만건으로 늘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건강보험 판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손해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기존 가입자도 많고 시장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매출 확보를 위해 상품을 세분화하고 보험료를 낮추면서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고 있는데, 같은 보장을 유지하다 보니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용진 연구원은 “빠른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과거 경험통계보다 높은 손해율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예실차(보험사가 예상한 비용과 실제 발생한 비용 차이)와 CSM 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