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주재 오찬 자리에서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통합 넥타이’를 매고 비빔밥을 준비한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의 퇴로를 열어줬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당 대표와 80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장 대표와 악수한 뒤 정 대표에게 손짓하며 두 사람의 악수를 독려했다. 여야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악수한 것은 정 대표가 취임 후 37일 만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난 것은 78일만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가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당대표 되자마자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다.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악수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정 대표도 “뒤늦게나마 당선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다음에도 좋은 만남이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처음 손을 맞잡은 여야 대표는 ‘민생경제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장 대표가 설치를 제안했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이 화답하며 구성이 성사됐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기간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강경 일변도를 보여 온 정 대표였지만 이 대통령의 주문이 태도 변화를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제까지 정 대표가 앞서 한 말이 있고 상대 당의 태도도 변함이 없는데 퇴로가 없었던 것”이라면서 “이번 회동이 정 대표가 손을 내밀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이날 “오늘은 (이 대통령이)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되신 것 같다. 장 대표님과 악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러한 발언을 두고 “여당 대표로서 주도적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어낼 계기를 마련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 다짐의 뜻이 담긴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여야 간의 조화와 협치 등을 적극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하모니란 단어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민생경제협의체는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 요청 시 적극 검토해 소통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의 구체적 구성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실무 협의를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대선 공통공약 추진과 관련해 “현재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쉽지 않지만 원내대표께 여야 정책위의장끼리 한번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만큼 협의체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여야 대표 간 추가 회동과 교류에 대한 기대도 제기된다. 박 수석대변인은 “양당 대표가 만남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정기국회 개회에 따라 원내 차원의 물밑 접촉이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며, 공개적 회동 역시 한층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