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규제에 꽉 막힌 대출…서민 자금줄까지 조일라

9·7 규제에 꽉 막힌 대출…서민 자금줄까지 조일라

기사승인 2025-09-10 06:00:06 업데이트 2025-09-10 06:50:01
쿠키뉴스 자료사진 

9·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신용대출 쏠림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6·27 대책에 이어 집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공공 주도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주택 수요와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대출 규제는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 등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현행 최대 50%에서 40%로 강화하고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사업자대출로 우회하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권은 새 제도를 반영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9·7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대출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비대면 창구와 전세자금대출 등을 막았다. 신한은행은 8일 오전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 정책을 전산에 반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 신청이 정상화되려면 일주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을 찾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일괄 축소됐다. 전세 수요자의 월세·반전세 전환도 예상된다.

앞서 6·27 대책 시행 직후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데다 신용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신용대출은 6월 한달 간 1조876억원 증가해 2021년 7월(1조8636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규제 시행 당일인 27일 하루에만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711억원 늘었다. 이는 전날까지의 일평균 증가액(593억원)의 2.9배 규모에 달한다. 

금융권은 이번 전세대출 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전세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리면서 가계부채 구조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6·27 대책’ 이후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전·월세 전환율은 201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월세 수요가 커지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대출업무 관계자는 “주택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량 규제만으로 대출을 조이게 되면 결국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며 “당장 집이 필요하지만 살 수 없는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는 대출 문턱에 막히는 반면 충분한 현금을 가진 자산가는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자산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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