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종묘 차담회’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이로써 김 여사 관련 의혹은 20건에 달하게 됐다.
김형근 특검보는 9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김 여사가 국가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망묘루를 일반 비공개일에 사적 지인들과의 차담회 장소로 무단 이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며 “현재까지 종묘 관리소장을 비롯한 종묘 관리공무원들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오는 12일 유경옥 대통령실 전 행정관을 소환해 구체적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의혹은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지인들과 차담회를 가지면서 비롯됐다. 망묘루는 평소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장소인데, 김 여사가 휴관일에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궁능유적본부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소방차 진입로를 통해 차량으로 드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담회 전날 직원들에게 영녕전을 대청소시키고, 냉장고를 옮기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 적용할 혐의에 대해 법리를 검토 중이다. 수행비서였던 유 전 행정관을 불러 종묘에서 차담회가 이뤄진 경위와 참석한 사람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특검팀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들어갔다. 김승희 전 비서관의 자녀는 2023년 7월 초등학교 3학년 재학 중 동급생을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출석정지와 학급 교체 처분을 내렸지만 강제 전학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가 사건 직후 장상윤 당시 교육부 차관과 8분여간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성남교육지원청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두 사건을 조사하는 동시에 김 여사를 둘러싼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김 여사의 ‘3대 사건’으로 꼽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재판에 넘긴 만큼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정치권 관련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씨의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검사는 신문에 응하고 있으나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공천을 받기 위해 김 여사에게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넸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김 특검보는 “한 전 총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금거북이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경기 남양주 소재 요양원에서 롤렉스 시계, 까르띠에 시계, 다이아몬드 반지 등 고가의 귀금속을 추가로 압수하고, 청탁 대가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