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한번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란 사건을 맡은 지귀연 판사가 오는 12월까지 1심 재판을 마치겠다고 약속한 데다, 당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는 9일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 여야와 보수·진보가 함께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라며 내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청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을 겨냥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석방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윤석열의 재판은 침대 축구처럼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기간 만료로 윤석열이 재석방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며 “내란 전담 재판부를 만들라는 여론이 높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이 특별재판부 도입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재판 지연’ 우려가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는 한 달에 17차례 재판을 진행했다”라며 “그러나 지귀연 법관은 한 달에 두세 번만 하는 중이다. 이러면 윤석열이 또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돼 같은 달 재판에 넘겨졌으며, 구속 기한은 내년 1월 만료된다.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서 의원은 “지금 12.3 비상계엄을 담당하는 법관이 지귀연 판사다. 그에 대해선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지금 지귀연 재판부가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국민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당내서 공개 비판 목소리가 나온 만큼 민주당은 일시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회의에서 “헌법 개정 없이 국회가 논의해서 내란특별재판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법원 스스로 개혁하게 유도해야지 국회가 직접 법안을 고쳐서하는 건 윤석열이 삼권분립 정신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해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특별재판부를 과연 설치할 수 있느냐. 저 자신도 조금은 회의적”이라며 “정치적 함의가 굉장히 많이 내포돼 있는 법률 같은 경우는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로 읽는 것도 아주 현명한 방법”이라고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게다가 재판부가 연내 심리 마무리를 예고하면서 특별재판부 논의의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전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6차 공판에서 “윤석열, 김용현, 조지호 사건을 현재는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병합 심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검과 피고인이 협조해준다면 12월 무렵 심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내용이 담긴 내란특별법을 발의했다. 내란 특별법은 지난 4일 법사위 1소위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