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현 특별검사팀(순직해병 특검)이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오는 17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이 전 장관이 해병 특검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장관 측은 10일 언론 공지를 통해 “특검으로부터 17일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요청을 받았고, 변호인을 통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 측에 공식 출석요구서 교부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담보하기 위한 영상녹화조사를 희망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지시 정황과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현재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또 이 전 장관은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도 받고 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올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지난해 3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주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사흘 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호주로 출국했지만,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가 이 전 장관 귀국을 위한 형식적 일정에 불과했으며, 외교부가 아닌 국가안보실 주도로 급조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도 오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소환할 예정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전 보좌관은 몇 차례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이번 주부터는 피의자 신분으로 개별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라며 “3회 이상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3일 박 전 보좌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모해 위증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