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활성화 외쳤지만…재초환 빠진 공급대책

재건축 활성화 외쳤지만…재초환 빠진 공급대책

기사승인 2025-09-14 06:00:05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안은 담기지 않았다. 재초환을 두고 재건축 추진 동력을 위해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맞서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는 재초환 폐지 여부에 대해 국회 논의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9‧7 공급 대책 발표 당시 재초환 관련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지난 정부에서 발의돼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며 “여러 장단점에 대해 논의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9‧7 공급 대책에도 재초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초환이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10~50%까지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조합 설립 시점부터 준공 시점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에서 단지가 위치한 자치구의 평균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등을 제외해 계산한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재건축을 통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초과 이익 3000만원 초과 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도입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제도 시행이 유예됐고 문재인 정부 때 부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후 재초환 폐지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재초환이 현행대로 적용되면 서울의 많은 재건축 단지에서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에 68곳으로 1인당 평균 부과 예상액은 1억5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단지가 47곳에 달하며 4억50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초환이 재건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서울은 신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해 재건축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재초환이 시행되면 조합원의 부담이 커져 재건축 추진이 위축되고 민간이 재건축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재초환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4월 국회 전자청원 시스템에 ‘재초환 폐지 요청’ 청원이 올라왔고 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서울 강남권의 부담금 부과 1호 단지로 꼽히는 ‘반포 현대’(현 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2021년 8월 입주해 준공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부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가구당 수억 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산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재초환을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재건축 과정에서 관리처분인가가 나기 전에 부담금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망설이는 조합원들이 많다”며 “이미 공공기여, 임대주택 의무 공급 등으로 사회적 환원을 많이 했는데 여기에 재초환까지 더해지는 것은 사실상 이중 규제다. 재초환을 폐지해야 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민단체는 재초환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초환은 개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필수적인 장치”라며 “정부의 9‧7 공급 대책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활성화 방안만 포함됐을 뿐,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한 대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경실련은 “시장 안정 명분으로 재초환까지 완화한다면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열악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주거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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