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양궁이 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최강국임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 2개, 은 1개, 동 4개를 획득하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다만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던 ‘완벽한 독주’와 비교하면 이번 성과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여자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에 그치며 절대 강자로서 지위가 과거만큼 공고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리커브 부문에서 한국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개인전 강채영 금메달, 혼성 단체전 안산·김우진 은메달, 여자 개인전 안산 동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 남자 개인전 김제덕 동메달 등 총 6개의 메달을 거뒀다. 컴파운드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최용희까지 더한다면 7개까지 늘어난다. 풍성한 수확이었지만, 파리에서 보여준 전 종목 석권의 위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여자 단체전 부진은 특히 뼈아프다. 올림픽에서는 10연속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최근 기복을 보인다. 2023년 베를린 대회에서 16강 탈락의 충격을 겪었고, 이번 대회 역시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를 한국의 부진으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세계 양궁 수준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와 유럽의 신흥 강호들이 꾸준히 약진하면서 한국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김제덕은 개인전 동메달을 딴 뒤 “한국 선수들이 대충 준비하는 법은 없다”며 “해외 선수들 기량이 엄청나게 올라왔다”고 인정했다.
이번 기록은 여전히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이제 절대 강자의 지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번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국 양궁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기술 향상과 전략 고도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홈 대회를 통해 다시금 경쟁력을 점검한 한국 양궁이 체계적 훈련과 전술 보강으로 독주 체제를 재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가 강해진 만큼 한국의 진화 여부가 앞으로 국제무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