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자체 발행한 계약서 및 고지서를 종이 대신 전자문서로 발송하는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종이 문서 발송에 따른 비용 절감 및 고객 편의성 제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서비스 시행 이전에 전자문서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계층을 위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취재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고객에게 계약서 및 고지서를 종이 대신 전자문서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두 은행은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예외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은행들은 정부나 기업 등 제3자인 외부 기관이 작성한 전자문서만 유통할 수 있었다. 이번 실증 특례 지정으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금융상품 및 전자금융 거래 관련 안내 전자문서를 고객에게 직접 발송할 수 있게 됐다. 두 은행이 발행한 전자문서가 종이 문서와 똑같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양한 전자문서 발행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지방세 고지서를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하고 납부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계약서 △대출서류 △안내문 △고지서 등을 고객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객은 전자문서를 우리WON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확인하고 보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전자문서가 고객의 불편을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편 발송 과정에서 발생하던 문서 지연, 분실, 개인정보 노출 등의 불편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문서 고지 서비스는 은행의 경영 효율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자문서 발송은 일반 및 등기우편 발송 시 생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종이 사용 절감에 따른 자원 절약과 탄소 배출 저감 등 ESG 경영 실천에도 효과가 있다.
다만 전자문서 고지 확대에 따른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역량이 100일 때, 60세 이상은 평균 55.3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은 30.2로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이민환 교수는 “금융소외계층은 은행의 전자문서 고지 서비스 등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사전 교육이나 불편 해소 방안 없이 서비스를 시행하면 고객 간 차별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문서 서비스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한 뒤에 시행돼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순서가 뒤바뀌었다”며 “금융기관이 비용을 부담해 교육을 확대하는 등 소외되는 소비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을 위한 투(two) 채널로 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문서로 고지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고객이 열람했는지 계속 확인한다”며 “수신 불가 고객이 있으면 별도로 종이 문서 안내가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증 특례로 인한 전자문서 발행 서비스는 2년 정도의 테스트 기간이 주어진다”며 “어떤 문서를 누구에게 제공할지에 대한 논의를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추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자체 전자문서 발행 서비스는 이번 실증 특례를 계기로 안정성이 입증될 경우 향후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