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가 18일 대통령실 앞에서 동시에 시위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30년째 이어지고 있는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을 해결하길 요구했다.
지난 1994년부터 이어진 약사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은 약사법 2조, 20조, 50조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시작됐다.
약사법 제2조는 약사를 ‘한약을 제외한 약사 업무(한약제제 포함)를 담당하는 자’, 한약사를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제20조는 약사와 한약사를 약국 개설자로 규정하고, 제50조는 약국 개설자가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약사단체는 한약사가 한약과 한약제제를 제외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음에도, 약사법 제50조를 왜곡 해석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한약사단체는 법원이 이미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약사법상 허용된 범위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법 개정으로 한약사가 등장한 1994년 이후 이어져 온 일반의약품 판매권 논쟁이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한약사가 창고형 약국을 개설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약사단체는 한약사가 업무 범위를 넘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이를 낮은 가격에 공급해 의약품 유통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과 대통령실 앞 집회에 나섰다.
한약사단체는 한약사가 정당하게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려고 해도 약사단체의 주장으로 인해 제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복지부에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시위 현장에서 “한약사가 일반약을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한약제제 분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하며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 회피로 한약사의 불법 행위가 만연해지며 국민 안전과 의약품 사용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정부가 방치한 한약사 문제를 대한약사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약사회는 한약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겠다”고 전했다.

임채윤 대한한약사회장은 “한약사들이 합법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려 해도 약사단체의 반발로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약품 유통업체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복지부가 법원 판결 등을 반영해 국민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약사단체와 한약사단체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약사법 제2조의 한약제제 개념이 모호하고, 제50조의 일반의약품 판매 권한을 조정하려면 약사와 한약사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결책을 내지 못한 채 30년 동안 이어진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이 이번 정부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건의료 전문 직역들의 상호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 관계자 A씨는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더 풀기 어려워진다”며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대로 직역 간의 협력체계 강화에 나선다면, 대립을 끝내고 새로운 길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