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123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방위산업 강화를 공식화한 가운데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방산 생태계 조성과 수출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개별 기업들의 퍼포먼스에 의존하는 K-방산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4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발표한 ‘2024년 국제무기거래 동향’(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은 2020~2024년 기준 이전 5년 대비 4.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도 2.1%에서 2.2%로 증가해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방산 생태계는 전략부재와 체계적 지원방안 부족, 방산 관련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 일부 방산 대기업 의존 등 구조적 취약성을 띄고 있어 지속적인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방위산업 생태계와 수출 지원 전략 - 평화방위기금 활용 방안’ 세미나에서는 이를 위해 가칭 ‘평화방위기금’를 설치해야 한다는 당정, 학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세미나는 국회 국방위원회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한국지역경영원이 함께 주최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민간·군수·수출’ 생태계 발전을 위한 ‘삼중 용도’의 방산기금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현대전의 특징은 민간우주·통신 인프라가 군사적 통합을 이루고 정보·심리 공간이 실시간 교전 영역에 편입됐다는 것”이라며 “경제제재·무역봉쇄·에너지 무기화 등 ‘비군사 수단’이 총력전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산 기금도 총력전에 맞서기 위해 방산금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기금은 삼중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있어야 군사 기술적 가능성도 생긴다. 민간·군수·수출을 동시에 겨냥해 연구개발비를 분산하고 국방 예산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특히 수출을 통해 해외에 공장을 지어줄 경우, 위기 시 전방 군수기지로 전환해 작전 지속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현행 방위산업 자금지원 체계는 국방부가 주도할 수 있는 게 없다. 외부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칭 ‘평화방위기금’을 설치해 투자하고 수익을 형성하고 다시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위사업법·방위산업발전법을 개정하거나 평화방위기금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미 국방부 기반전력과장은 “방산 수출 특성상 해외 요구가 확대되며 기존 정책금융지원으로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인지 국방부 차원에서도 정밀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 설치 시 실현가능성과 함께 명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국제적 관심사항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는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기금이지만, 글로벌 트렌드인 ESG와 연계해 이념적 선입견을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무기를 생산하는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평화방위기금’이라는 명칭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청회 등에서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전 산업분야에 기금이 조성돼 있는데 방산은 없다”며 “군인공제회의 경우 보유 자산이 18조원인데, 금융위나 벤처에 투자를 많이 한다. 이 중 10%인 2조원 정도만 방산기금으로 사용하면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민간·군사·수출 ‘삼중 용도’가 충돌할 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재원 조달 방안과 기금 거버넌스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요구(GDP 5% 국방비) 등으로 우리나라 국방비는 100조원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부분 액수가 정해져 있어 방산 생태계 구성을 위한 중장기적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입법 준비를 하고 있다. 대부분 법안 발의는 동의하겠지만,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