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왜 안 사” 대통령 발언에 고민 커진 국민연금

“국내 주식 왜 안 사” 대통령 발언에 고민 커진 국민연금

李 대통령 “국내 연기금, 외국 주식만 잔뜩 사”
연기금, 수익률 제고 위해 한국 주식 투자 비중 13% 축소 기조
국내 증시 활기에…전문가들 “내년 5월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 有”

기사승인 2025-09-24 06:05:04 업데이트 2025-09-24 10:34:0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연금의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투자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증시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투자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2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수요 부족일 수 있다”며 “그 중 하나 예를 들면 국내 연기금들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외국 주식만 잔뜩 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평가된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해외 주식 비중을 42%까지 늘리는 한편, 국내 주식 비중을 매년 0.5%p씩 줄여 2029년 말 기준 13%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1269조2000억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자산 배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해외주식(35.2%)이다. 반면 국내주식은 14.9% 수준에 그친다. 운용 규모 역시 국내주식은 189조1020억원으로, 해외주식 446조1720억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대신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7년 적자로 전환되고, 2064년 소진이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 계획에 따라 기금운용 수익률이 1%p 상승하면, 소진 시점은 2073년으로 8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로 전환 시 국민연금은 투자하고 있던 자금을 회수해 연금액 지급을 위한 현금화가 필요하다.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가 3,480대에서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경신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살아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54%p 오른 3486.19에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에도 국내 주식이 효자 노릇을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31.34%로 두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해외주식 수익률은 1.03%에 그쳤다. 국내 주식이 크게 오르며 전체 수익률도 4.08% 올랐다.

국민연금도 최근 국내 투자액을 늘렸다. 연기금은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4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올해 연기금의 일간 순매도 규모 중 가장 크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더해 국내 주식 시장에 활기가 감돌면서 정부도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 비율 조정에 관해 논의할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은 줄지만 전체 투자금액이 늘고 있다”며 “내년 5월 국내 투자 비중을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기금운용위는 매년 5월 국민연금 운용 계획을 의결하는데, 이때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투자 전략에 대해 조정이 일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쿠키뉴스에 “연금개혁으로 기금 운용에 여유가 생긴 만큼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국내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면 상장 기업들의 자본 흐름도 원활해지고, 국민연금도 수익률이 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5월 기금운용위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올리는 방향으로 틀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국내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면이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개선된다면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원칙이 국민 노후자금 확보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국내 주식 시장 부양은 아니다”면서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운용해야 하는 만큼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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