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임대 혼합에 조합 갈등 격화…소셜믹스가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분양·임대 혼합에 조합 갈등 격화…소셜믹스가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5-10-08 06:00:15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시가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임대주택을 둘러싼 조합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소셜믹스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노원구 30-3번지 일대의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의 정비계획을 고시했습니다. 분양과 임대를 구분하지 않는 소셜믹스 방식으로 총 26개 동을 배치해 백사마을을 사회통합의 상징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총 3178가구 중 분양주택이 2613가구, 임대주택은 565가구로 구성됐습니다. 백사마을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백사마을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벽 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통합의 상징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소셜믹스’는 뭘까요. 소셜믹스는 다양한 소득 계층이 한 지역이나 주거 단지 내에서 함께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주거 정책입니다.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혼합해 공급하는 방식이 특징이에요. 이 정책은 기존 임대주택 단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차별을 완화하고 물리적 통합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습니다.

서울시도 소셜믹스 정책을 강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이전까지는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물량을 우선 배정한 뒤 남는 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는데요. 2022년부터 서울시는 임대와 분양 가구를 구분할 수 없도록 배치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정책을 본격 도입했습니다.

정비사업에서 소셜믹스는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단지 내에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셜믹스 정책으로 인해 재건축 조합 내에서 갈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합 측은 이미 기부채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서울시의 소셜믹스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임대주택이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에 배정된 반면 조합원 물량은 조망이 어려운 저층에 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촌동 한강맨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조합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용면적 59㎡ 16가구를 한강변 주동에 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정비 계획안을 주민에게 공람했으나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어요. 일부 조합원은 조합 및 임원진 해임을 위한 총회를 열겠다며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어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고층 물량은 희소성이 높고 분양가도 높게 측정될 수 있어 조합원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에 우선 배정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소셜믹스로 인한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 준공된 마포구 합정동의 ‘메세나폴리스’에서도 갈등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임대 가구를 4~10층, 일반 분양 가구를 11~29층에 각각 분리 배치했어요. 입구, 엘리베이터, 비상계단까지 따로 설치해 임대 가구와 일반 분양 가구가 생활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했습니다. 그 결과 임대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11층 이상으로는 대피조차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믹스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한곳에 살게 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시가 소셜믹스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임차인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 지역 사회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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