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전면 종료되면서,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가격 인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 출시를 통해 ‘가성비’를 강조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 개정으로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지난달 30일부로 전면 폐지됐다. 당초 2030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 혜택이 지난 7월 발효된 미국 대규모 감세법 시행으로 조기 종료가 이뤄진 것이다.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세액공제 형식으로 지원했던 기존 혜택이 사라진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대규모 할인 정책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최근 아이오닉5의 2026년형 모델의 판매가를 최대 9800달러(약 1400만원)가량 낮추고, 2025년형 모델에는 7500달러의 현금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른 하나의 자구책으로, 파격 할인을 통해 미국 현지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종료는 곧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돼 기업에 입혀질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른 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차량 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됐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를 최근 새로 출시하며 현지 시장 내 가격 경쟁의 불을 붙였다.
테슬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모델3와 모델Y의 새로운 보급형인 ‘스탠더드(Standard)’ 트림을 공개했다. 모델Y 스탠더드의 현지 판매가는 3만9990달러(약 5700만원)로, 기존 모델Y 롱레인지 후륜구동(RWD) 모델보다 5000달러가량 싸게 책정됐다. 이는 기아 EV6의 미국 판매가(4만2900달러) 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세액공제 혜택에 따른 국내 전기차의 미국 판매량 둔화는 결국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격 인하 대책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점에서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등 여러 대응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관세를 비롯한 보조금 폐지 등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 닛산의 경우 전기차 생산 계획 중단을 발표하는 등 전기차 미국 생산을 접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현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 정책만으로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세액공제 폐지로 한국 기업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4만5800여 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 역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37%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향후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미국의 세액공제 폐지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와 보급형 모델 출시 등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이러한 전략으로는 수익성과 판매량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기술 고도화와 새로운 소재 개발을 비롯한 공급망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