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시니어 시장 선점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는 미래 시장 점유율 확보와 관련 노하우 축적 등 중장기 목표를 두고 전략적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요양 사업을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요양 사업에 뛰어든 곳은 KB라이프다.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앞세워 현재 노인복지주택 ‘평창카운티’ 1곳, 요양시설 ‘서초·위례·은평·광교 빌리지’ 4곳, 데이케어센터 ‘강동·위례·은평’ 3곳 등 총 8개의 시니어 요양 관련 시설을 운영 중이다. 오는 11월에도 ‘강동 빌리지’ 개소를 앞두고 있다. KB라이프는 지난 6월 사업 확장과 신사업 투자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신한라이프는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 분당구에 주야간보호시설 ‘분당데이케어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올해 말 하남 미사 요양시설 오픈이 예정돼 있다. 향후 매년 1곳 이상 신규 시설을 열 계획으로, 2028년까지 서울 은평구에 사회복지사·영양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는 시니어 주거복합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하나생명도 지난 6월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신설하며 요양 사업에 합류했다. 노인복지시설 운영 역량을 강화해 토털 라이프케어 전문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는 오는 2027년 오픈을 목표로 경기 고양시에 첫 요양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동양생명 역시 요양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보험업계의 실버산업은 주로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업계 1위 삼성생명까지 가세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삼성생명은 지난 8월 100억원을 출자해 요양 전문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설립하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던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3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4225억원 상당의 삼성노블카운티 토지와 건물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요양 산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한 반면, 정부가 정한 수가 체계 등으로 단기 수익성은 낮은 구조다. 실제로 2016년 사업을 시작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초기 자본금 200억원으로 출범한 뒤 2020년 60억원, 2021년 50억원, 2023년 5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한라이프케어 역시 2023년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을 증자했다. 그러나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23년 53억원, 2024년 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신한라이프케어 또한 같은 기간 각각 47억원과 1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요양 사업을 ‘미래를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보고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령층 고객을 선점하고, 향후 규제 완화 시 금융·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시니어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의 20.3%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25.3%, 2040년 34.3%, 2050년 40.1%, 2060년 44.2%, 2072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7.7%에 이를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구 구조가 고령화 사회로 역변하면서 실버 세대가 거대한 고객층이 될 것”이라며 “요양시설 입소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당장의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고, 관련 노하우를 미리 축적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시니어 요양 시장을 둘러싼 보험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지 확보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중소형이나 외국계 보험사보다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사 중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 사업은 아직 투자 대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부지 확보 등 자본 부담이 커 중소형사는 사실상 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요양 사업은 자금 문제도 있지만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데, 개별 기업의 사장 입장에서는 재임 기간 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