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250만 도민 중 34%에 달하는 85만 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난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경북지역 의료기관 수는 1.34개로 전국 평균 1.89개보다 현저히 부족하고 의사 수는 2.26명으로 전국 평균 3.16명에 한참 못 미친다. 상급종합병원은 아예 없고 전문의 증가율(2024년 7월 기준 과거 5년)은 전국 꼴찌다.
이처럼 비수도권 중에서 경북의 의료격차는 가장 심각하다. 이런 현실에서 안동시의 국립의대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절박한 과제다.
지난달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목격한 광경은 큰 울림을 줬다. 1만여 명이 참여한 의대 유치 홍보부스, 빗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은 의대 유치단의 행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기울어진 의료 서비스를 바로잡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권기창 안동시장이 “전국 공감대 확산으로 국립의대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며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런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한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 의료 사관학교 및 국립 의대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의료 취약지’인 경북에는 의과대학 설립 검토를 약속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 해소, 필수 의료 확충, 공공 의료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다.
안동시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대학 부지를 확보했으며, 안동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립경국대학교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국립의대 설립은 의료 인력 양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매년 수 많은 젊은 인재가 정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의과대학은 첨단 의료산업, 바이오헬스케어, 제약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포스텍과의 연계를 통한 의과학 융합연구도 기대된다. 경북도가 요청한 포스텍 의대 50명 정원과 안동 국립의대가 시너지를 내면 AI, 빅데이터, 로봇수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의료기술 연구개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경북은 전국 두 번째로 지방소멸 위험이 높지만, 이는 오히려 국가 차원의 지역균형발전 명분을 주고 있다. 특히 안동의 고령화율 28.6%는 의료 수요 확대를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의료비와 관련 서비스업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안동이 의료 중심지로 도약하면 문화관광과 의료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모델도 가능하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이라는 국정 과제 실현을 위해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다. 빗속에서도 간절한 열망을 전한 15만 안동시민과 더불어 250만 경북도민에게 정부가 ‘강력한 처방전’을 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