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3일 대법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연 가운데, 여야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질의응답 여부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질의를 강행했고, 야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며 항의하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도 정면을 응시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사위는 이날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뒤 관례에 따라 퇴장할 예정이었지만 추 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아 1시간 넘게 국감장에 머물렀다. 추 위원장은 증인선서를 미룬 채 의원들의 질의를 이어갔고, 조 대법원장은 내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적이 있느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있느냐” 등을 물었으나, 조 대법원장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여야는 대법원장의 질의응답 허용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헌법상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대법원장도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이 모두발언만 하고 퇴장하는 것은 국회의 오랜 관례이자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헌법 원칙”이라며 “이 원칙을 깨는 것은 헌정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증인처럼 세워 질의하려는 것은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 논리대로라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도 상임위에 출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재판과 관련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며 “그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방식은 국회에서 국민 대표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이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날짜와 정황상 대법원의 개입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 참고인은 안 된다. 이석시켜 달라”며 “오늘 위원장이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신동욱 의원 역시 “사법부와 국회가 동시에 무너지는 장면”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노골적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오늘날 사법불신의 가장 큰 책임은 조희대 대법원장 본인에게 있다”며 “인사말에서 사법부 전체의 문제로 희석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며 “1987년 헌법이 성립된 이후 대법원장이 나와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건국 초기의 특수 상황 속에서 발언한 것이지, 재판사항에 대해 질의응답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석 허가를 요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질의를 이어가며 맞서는 과정에서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질의가 마무리된 뒤 자리를 떠났으며, 오후 국감 종료 전 국감장을 다시 찾아 마무리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