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선고 이후 처음으로 개인적 심경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를 통해 “많은 위원님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입장을 전했다.
사건 선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만나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일절 없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서도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헌법과 법률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오랜 법언이 있다”며 “이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루어졌고,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와 같은 판결문에 드러나는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합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에 기재된 상세한 내용과 아울러 대법원이 미리 제출해드린 사법행정적 검토 답변, 그리고 대법원의 일반적 심리구조에 관한 법원행정처장의 답변 등에 의해 국민들과 위원님들의 의혹이 일부나마 해소되었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또 “저는 오랫동안 법관으로 재직해 오면서 재판 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하여 왔다”며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모든 법관들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국감 과정에서 위원님들께서 질문하신 취지를 깊이 생각하고 되새기면서, 사법부의 신뢰를 더 높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10분쯤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 대법원장은 관례대로 인사말만 한 뒤 자리를 뜰 계획이었으나, 국감장에 앉아 질문을 받으라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약 1시간30분 간 자리를 지켰다.
그는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후 오전 11시40분 정회 시간에 자리를 떴다가 12시간 만인 오후 11시40분쯤 국감장에 복귀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법사위원들은 오는 15일 직접 대법원을 찾아 현장검증 하는 형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