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향후 5년간 35조 6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5년간 세입 누수가 약 33조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입 관리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쿠키뉴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제출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장기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소멸시효가 지나 공개명단에서 빠진 고액·상습 체납자는 3만 8619명에 달했다. 이들의 체납액은 32조 2323억원에 이른다.
현행법에 따르면 체납 발생 후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이면,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의 이름(또는 상호), 주소, 체납액 등을 국세청 누리집과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한다. 하지만 체납자가 일부 세금을 납부해 체납액을 2억원 이하로 낮추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명단에서 삭제될 수 있다.
소멸시효의 경우 5억원 미만의 국세는 5년, 5억원 이상은 10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징수권이 소멸된다.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체납했더라도 일정 기간 ‘버티기’를 하면 체납액이 장부상에만 남고 실제 징수는 불가능해진다.
국세청은 재산조사·압류 등으로 시효를 중단·연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년 시효 만료로 사라지는 체납 세금은 조 단위를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명단공개 제도가 체납자의 납부를 압박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세금이 사라지는 행정 절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징수 부실과 더불어 과세 단계의 오류로 인한 세금 환급도 또 다른 세입 누수 요인으로 꼽힌다. 국세청이 최근 5년간 납세자에게 돌려준 과오납 환급금은 34조 3583억원으로, 이 가운데 환급이자만 1조 3408억원에 달했다.
환급 사유를 보면 납세자의 경정청구가 59.8%, 국세청의 부실과세에 대한 불복 환급이 23.7%였다. 잘못 부과된 세금을 돌려주면서 이자 부담까지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국세청이 과세 품질을 높이지 못한 채 형식적 실적에 치중하면서, 세금 징수와 환급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으로 향후 5년간 35조 6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 기간 소멸시효로 사라진 체납세금 32조원, 부실과세로 돌려준 환급금에 대한 이자 1조원 등을 고려하면 세입 누수 규모가 세제개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이자 위원장은 “세금을 걷지 못해 사라진 돈이 32조원, 잘못 걷어 돌려준 돈의 이자만 1조원이다. 국세청의 징수역량 부재가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걷을 세금을 못 걷고, 지출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쓰면서 결국 국민에게 더 걷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