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신경학대회(World Congress of Neurology, WCN)는 전 세계 신경과 전문의와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가장 권위 있는 신경과 학술대회다. 지난 202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됐던 행사가 올해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을 찾은 126개국 3000여 명의 신경과 전문의들은 ‘신경과학 혁신의 심장(The Soul of Neurological Innovation)’을 주제로 뇌혈관질환, 퇴행성질환, AI·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다룬 세션에 참여해 전문 지식을 나눴다.
WCN2025를 개최한 대한신경과학회는 대한민국 신경과 전문의들의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인간 중심의 혁신’을 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조연설과 개회식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교류를 추진하고, 환자의 권익을 위해 함께 발전하는 관리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WCN2025에서 많은 나라가 함께 뇌 건강을 위한 틀을 만들고 환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며 “의료 선진국과 후진국이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재정과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이번 WCN2025를 개최하며 서울이 아시아 신경학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과거에는 한국 의료진들이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면, 이제는 세계에서 최첨단 의술을 익히기 위해 방문하는 나라가 됐다는 의미다. 대한신경과학회는 WCN2025 개최 경험을 토대로 내년부터 자체적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매년 여는 대한신경과학회 학술대회의 절반은 국제 세션으로 준비해 한국 신경과 전문가들의 지식을 세계인과 나눌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아시아 신경학 공동 성장 플랫폼을 만들어 WCN의 국제 네트워크를 지역 협력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신경과학회가 이처럼 세계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연구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미래 학자들의 시야를 넓히고 도전 정신을 불어넣으려면 국제 교류가 적었던 과거와 달리 세계화를 통한 지식 교류와 자신감 부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는 학회에 해외 전문가 1명이 와도 놀라웠지만, 이제는 환경이 다르다”며 “후배 신경과 학자들이 갖고 있는 학문적 역량이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알려 자신감 있게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자 세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후학 양성을 위해 산하 학회와 함께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고령화에 따라 사회적으로 퇴행성질환과 노인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대한신경과학회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매년 정기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며 미래 신경과 전문가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산하 학회들도 자체 교육프로그램과 워크샵 등을 통해 시간과 예산을 투입하며 후학 양성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학회 발전의 시작은 구성원의 역량 개발에서 시작한다는 관점으로 적극적으로 회원 교류의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하 학회들과 함께 신경학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며 연구자들의 학술적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학술적 협력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학회가 이끄는 방식으로는 학계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회원들을 지원해 업적을 알리고, 학회 내에서 협력체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발전으로 뇌 관련 헬스케어 분야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경과 전문가들이 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인공지능 활용 역량과 스마트 헬스케어 방안, 학술 지식의 상용화 등이 대한신경과학회의 미래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의사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회원들의 권익 옹호가 곧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