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경쟁, 성장의 신호”…‘韓 진출 20년’ 밀레, 프리미엄 전략 2막 연다

“삼성·LG 경쟁, 성장의 신호”…‘韓 진출 20년’ 밀레, 프리미엄 전략 2막 연다

기사승인 2025-10-22 17:00:00
마르쿠스 밀레 공동 회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밀레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밀레코리아 설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밀레코리아 설립 당시 서류에 쓴 만년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혜민 기자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가 한국 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LG전자와의 경쟁을 ‘성장의 기회’로 평가하며 한국 시장을 프리미엄 혁신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마르쿠스 밀레 공동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밀레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밀레코리아 설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밀레의 미래 발전을 결정짓는 핵심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쿠스 회장은 20년 전 밀레코리아 설립 당시 서명에 사용한 만년필을 직접 들어 보이며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안목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며 “이들의 피드백이 밀레의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1899년 독일에서 창립된 밀레는 2005년 한국 법인을 세운 뒤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왔다. 최근 삼성전자(데이코), LG전자(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KS) 등 국내 기업들이 고급 주방가전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밀레는 이를 “시장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르쿠스 회장은 “삼성·LG 등 경쟁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경쟁은 위협이 아니라 시장을 키우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함께 시장을 키우며 더 나은 프리미엄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레의 핵심 철학은 ‘오래 쓰는 프리미엄’이다. 마르쿠스 회장은 “모든 제품은 최대 내구성 20년을 기준으로 개발된다”며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 자체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최문섭 밀레코리아 대표는 “한국 고객의 생활 방식과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이 밀레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밥그릇·국그릇 같은 오목한 식기를 세척할 수 있는 ‘아시안 바스켓’ 식기세척기는 한국 소비자의 의견에서 출발한 대표 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최 대표는 “삼성과 LG 등 훌륭한 브랜드가 많지만 밀레는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한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보증 연장 제도를 운영하고, 숙련된 기술자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레 케어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레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550억원 수준이다. 최 대표는 “국내 대형 가전 시장 규모가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며 “프리미엄 시장 내에서 밀레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밀레는 최근 독일 베를린 IFA에서 선보인 △과열 방지 조리 시스템 ‘엠 센스’ △스팀·저온 조리가 가능한 ‘스팀 드로어’ △야외 주방용 ‘아웃도어 키친’ 등 신제품을 향후 2~3년 내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전국 주요 도시에 체험형 플래그십 공간인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1899년 창립된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가 초창기에 출시한 청소기가 서울 강남구 ‘밀레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이혜민 기자

한편, 밀레코리아는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25일까지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밀레와 함께, 보다 더 나은 삶의 예술’을 주제로 브랜드 위크를 진행한다. 행사장에는 △브랜드 역사와 철학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존' △밀레 주방에서 미식 경험을 제안하는 '키친 존' △독일 문화와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옥토버페스트 존' 등으로 구성됐다.

방문객들은 126년 역사를 아우르는 밀레의 대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899년 창립 이후 1991년 처음 출시된 수동 세탁기 ‘미티어(Meteor)’부터 전기 모터를 장착한 초기 세탁기, 그리고 올해 선보인 최신형 모델까지 한 공간에서 비교·체험할 수 있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브랜드가 되기보다, 어제의 우리보다 더 나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 시장에서 지속가능성과 품질,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Immer Besser(보다 더 나은)’ 철학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