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환율·관세협상 ‘삼중고’에…힘 받는 10월 동결

집값·환율·관세협상 ‘삼중고’에…힘 받는 10월 동결

이창용 총재 “부동산 불 지피지 않을 것” 정책 공조 시사
미국발 불확실성·고환율 부담
11월 인하론도 후퇴

기사승인 2025-10-22 06:00:1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오는 23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여전한 부동산 시장 불안과 142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부담이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에 나선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해 시장 예상을 깼고, 올해 상반기에는 ‘퐁당퐁당 금리 인하’에 나서며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가장 큰 벽 ‘부동산’... 이창용 총재 “유동성 공급 안 해”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13일~16일 진행한 채권시장 심리 지수(BM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해당 설문은 펀드매니저, 트레이더, 브로커 등 채권 보유 혹은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동결에 힘이 실리는 배경은 단연 부동산이다. 정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6억원으로 낮추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비율(LTV)를 40%로 제한했다. 규제지역 역시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금까지 DSR에 포함하는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정부가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공급해 정책 공조를 깨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주택시장 추가 대책 효과를 확인한 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10월 선제 금리 인하가 어려울 뿐 아니라 11월 인하 역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림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로,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1420원대 환율·미국발 불확실성도 ‘첩첩산중’ 

또 다른 변수는 고환율 리스크다. 한미 통상과정에서 나온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구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2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대미 투자와 통화스와프 협상 과정에서 환율은 한동안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화가 일본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엔화 약세와 연동돼 타국 대비 유독 약세를 보이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금통위 이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9% 절하된 반면, 원화 가치는 3.7%나 절하됐다.

미국발(發)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주요 지표 발표가 연기되면서 미국 경기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15일 발표 예정이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금통위 이후인 24일로 연기되는 등, 미국 경기 상황을 판단할 핵심 지표 없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10월 말 APEC 한미정상회담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도 한은이 점검해야 할 요인이다. 

10월 동결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당초 유력했던 11월 추가 인하 여부에 쏠린다. 다만 이마저도 신중론이 힘을 얻으며 사실상 올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협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당초 예상한 11월보다 더 늦은 내년 1분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외환·부동산 시장에서 상황 개선을 확인하기에 11월 금통위까지 시간이 충분할지 의문”이라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로 더 지연되거나, 추가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점차 연내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기 펀더멘털, 부동산 매수심리를 고려하면 한 달은 동결에서 인하로 돌아서기에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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